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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스몸비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스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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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자, 걷는 속도 느려져
차량 접근 여부도 살피지 않는 경향
신호등 반응속도로 느려져 아찔

국내외 안내판·경고표지 부착 확산
美·中,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 길 만들기도
[위험천만 스몸비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스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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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직장인 유모(29)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강남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카카오톡을 하다 차에 치일 뻔 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바뀐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급하게 도로에 내려섰는데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평소 스마트폰을 보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던 유씨는 "눈앞으로 차가 지나가는 데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하는 게 위험하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을 살피지 않는 보행자가 늘면서 관련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산하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4년 1111건으로 5년간 2.5배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스마트폰에 온 정신을 뺏긴 이들을 스마트폰 좀비, '스몸비(smombie)'라 부른다. 한국 역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0년 3.8%에서 2015년 78.8%로 급증하면서 도로위의 스몸비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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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보행 중 스마트기기 사용실태와 주의분산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실제 보행자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인도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오전 7~9시 광화문과 강남 일대 보행로 등 10개 지점에서 이뤄졌는데, 보행자 8352명 중 2545명(30.5%)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이들 중 60% 이상은 이어폰 등으로 음악을 들으며 이동했고(1592명·62.6%), 기사검색 등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응시하는 경우도 10%(255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속도가 느리고, 차량 접근 여부를 잘 살피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성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마트폰을 쓰는 보행자의 횡단 속도는 초당 1.31m로 일반 보행자의 속도 초당 1.38m보다 느렸다. 이는 30m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 사용자의 횡단속도가 1.2초가량 느리다는 것을 뜻한다.

바뀐 신호에 반응하는 속도도 떨어졌다. 신호가 바뀌고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한 결과, 스마트기기 사용자는 2.65초, 일반 보행자는 2.18초로 스마트기기 사용자가 일반 보행자보다 0.47초 느렸다. 또한 스마트기기 사용 보행자의 37.1%만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할 때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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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청각, 시각 등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가장 큰 문제는 교통사고 등 실제 위험 사항이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는 교통사고 시 운전자가 설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들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련 캠페인을 시행중이다. 일본 이동통신 회사 NTT도코모는 지난해 11월 말 '사무라이 스마트폰 퍼레이드' 캠페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자제를 촉구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당국은 도로에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경고판을 설치했다. 이밖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충칭(重慶)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만 다니는 전용 길이 생겼다고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서울시도 이러한 해외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시, 보도부착물 시범사업을 시행중이다. 시범구역은 홍대, 신촌, 강남 등 5개 지역이다.

전문가들 역시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원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교육과 홍보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자제를 알리는 표지판을 가로등이나 보도블록에 붙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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