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 뚫고 수집한 35만개 카드혜택 DB

[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64.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대학 졸업후 호떡장사로 경영수업
맞춤 신용카드 추천 '뱅크샐러드'
결제내역 분석후 할인 항목별 정리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카드상품 데이터베이스(DB)는 '의지'로 모았어요. 서비스가 시작되니 사람들이 모이고, 카드사들도 정보를 제공해 주더라고요. 주위에서 사업이 되겠느냐는 걱정들이 많았는데 저는 처음부터 이 아이디어가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카드는 우리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자주 꺼내는 물건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행태에 가장 맞는 카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카드를 쓴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이런 '금융 갈증'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교 졸업반이던 2012년 6월 레이니스트를 설립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진짜 경영을 배워보겠다며 2005년에 신촌에서 호떡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직업으로서의 창업은 의미가 없고, 기존 시스템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며 "금융상품은 결국 함숫값인데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누구도 하지 못한 문제였기에 해결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는 이용자의 사용 내역, 카드사의 금융 데이터를 매칭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는 3600여종의 신용ㆍ체크카드 혜택 DB를 보유하고 있다.

레이니스트가 모은 35만개 카드 혜택 데이터는 집념의 결과물이다. 2012년부터 레이니스트 창업 멤버들은 1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했다. 레이니스트는 카드 혜택을 270개 종류로 나눠 하나하나 입력했다. 국내에서 카드 혜택 DB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김 대표는 "복층 원룸에서 시작했는데 위층에서 자고, 아래층에서 일했다"며 "뭐가 될지도 모른 채 일일이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카드 혜택을 모았는데 그것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했다.

뱅크샐러드가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단서는 문자메시지다. 월별 카드 결제 내역을 교통, 쇼핑, 음식, 레저 등 항목별로 정리해 준다. 이용자는 어떤 카드로 얼마나 할인 혜택을 받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도 알려 준다.

이달부터는 예ㆍ적금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용자가 주로 거래하는 은행에 따라 우대금리 혜택까지 모두 알려 주는 방식이다. 카드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전월 실적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뱅크샐러드 웹 사이트 이용자는 월 15만명에 달한다.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4만명을 확보했다. 레이니스트는 현재 KT의 스마트 지갑 앱 '클립'에도 카드 혜택 DB를 제공하고 있다.

레이니스트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토대로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추천해 주고, 모든 금융상품과 관련된 정보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카드, 예ㆍ적금, 대출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금융상품 정보가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됐고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상품을 권유에 의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부분을 기술을 활용해서 혁신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