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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패기로 따낸 '베가리니 백' 총판권

최종수정 2016.04.22 11:17 기사입력 2016.04.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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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 48. 현주영 베가리니코리아 대표
목표판매량 7개월만에 두배 달성
실적에 놀란 美본사 회장 방문 예정


20대 패기로 따낸 '베가리니 백' 총판권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012년 미국 베가리니(baggallini) 본사를 찾아갔다. 부사장을 만나 2시간여에 걸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국내 판매를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다시 이 회사를 찾아가 한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이 한국 내 판매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열정에 감복했을까? 미심쩍은 눈길도 받았지만 결국 최소판매물량(MOQ)을 조건으로 국내 총판권을 따냈다.

현주영 베가리니코리아 대표는 "사업 경험도 없었던 20대의 젊은 녀석이 한국 총판권을 달라고 하니 일단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충분히 한국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당시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판매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총판권 획득 후 다시 반년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2014년 4월18일을 론칭 날짜로 잡았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짜에 밤을 지새우며 준비에 만전을 기했지만 론칭을 이틀 앞둔 4월16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일이 발생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였다. 이 사건은 당시 극도의 소비심리 침체를 가져왔다. 현 대표도 이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루에 단 한 건의 판매건수를 올리지 못한 날도 있었다.

현 대표는 "사실 'baggallini'의 발음을 우리말로 옮기면 베갈리니가 되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배가 갈린다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론칭 전날 황급히 이름도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20여년을 살았던 현 대표는 국내에서 '갑을 문화'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영업을 다니면서 만나는 이 모두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를 수도 없이 외쳤고, 허리 통증을 달고 살 정도로 항상 90도로 깍듯이 인사를 했다. 덕분에 제조업을 하시는 아버지가 더욱 존경스러워졌다고 했다.

현 대표는 "사실 아버지는 제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다지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으셨다"면서 "본인 스스로 맨땅에서 시작해 현재의 사업을 일궈오셨기 때문에 얼마나 사업이 힘든지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대표의 아버지는 현재 신발과 봉제완구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납품하는 수출기업 대웅교역을 이끌고 있다. 베트남(3곳)과 인도네시아(1곳)에서 현지법인과 공장을 운영하며 직원수는 계열사를 포함해 2900여명에 이른다. 이미 1985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해 중견 수출 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현 대표의 공식 직책은 베가리니코리아 대표와 대웅교역 기획팀장 두 가지다. 사실 베가리니의 총판권을 따낼 때만 해도 아버지 회사의 위상을 빌렸지만 현재의 성과를 오롯이 그의 몫이다.

백화점 등 유통매장을 발이 닳듯이 돌아다니며 영업에 전력을 다한 끝에 본사가 요구한 최소판매물량을 7개월 만에 2배 넘게 초과 달성했다. 이제 론칭 2년 된 신생 브랜드이지만 매년 목표치를 뛰어 넘고 있어 미국 본사에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다음달에는 모기업의 회장과 부회장이 방한해 직접 한국시장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아시아 총판권에 대한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현 대표는 귀띔했다. 그는 2017년 50억원에 이어 2018년에는 2배인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가리니는 1995년 미국에서 선보인 나일론 소재의 가방 제품으로 실생활에서의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한다. 주소비층이 30∼40대 여성이지만 60대까지도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매장도 급속히 확대돼 미국 내에서만 3000여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30여군데의 플래그숍, 팝업스토어 등을 운영 중이다.

현 대표는 "힘든 시기를 겪으며 함께 고생해준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느낀다"면서 "지금도 길거리에서 여성분들이 우리 가방을 메고 다니는 걸 보면 울컥해 저기 우리 가방 있다고 직원들과 얘기한다"며 웃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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