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TF' LG전자 MC사업본부 천지영 수석·김태수 과장 인터뷰
"100g 이하로 가볍게, 게임 마니아 아니라도 캐주얼하게" 특명
무게 줄이려 LGD·이노텍과 협업…전에 없던 VR용 DP·렌즈 개발
고글형 착용 불편해 안경형으로…본체·다리·전선까지 인고의 '살빼기'
"여행지, 비행기, 기차서도 '나만의 영화관'…부모님 세대도 사용가능한 VR되길"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때는 지난해 초. 서울 가산동 주변의 안경원에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장에 있는 온갖 종류의 안경테를 다 쓸어가는가 하면, 망원경 렌즈 같은걸 가지고 나타나 "안경처럼 만들어줄 수 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대체 뭐하시는 분들이죠?"라는 질문을 받으면 슬금슬금 눈길을 피하며 비밀스럽게 사라졌다.
TF팀에 첫 번째로 주어진 미션은 VR을 가볍고, 캐주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100g 이하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개발,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모인 10여명의 TF 구성원들은 처음 일주일간 거의 합숙하다시피 동고동락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김태수 MC사업본부 MC상품기획그룹 과장은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기존 제품들은 너무 크고 무거웠으며 쓰고 벗기가 불편했다"며 "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도록 지하철에 타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고 불편하지 않게 지다인과 무게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가벼움'을 위한 특단의 조치도 취했다. 100g 이하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VR 기기에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방식을 쓸 수 없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해 360 VR을 위한 1.88인치 '미니 디스플레이'를 자체 제작했다. 천 수석은 "기존의 디스플레이로는 100g 이하의 VR 제작이 불가능했다"며 "360 VR 내 자체 디스플레이의 인치당 픽셀수(ppi)는 639로 현존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5인치 QHD 디스플레이(587ppi)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360 VR의 무게는 113g으로 달걀 두 개 수준이다. 기존에 스마트폰을 결합하는 형태의 VR 기기가 400~500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김 과장은 "360 VR을 처음 소개한 MWC 현장에서도 무게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며 "그간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무게 다음으로 풀어야하는 숙제는 '몰입감'이었다. 고민 끝에 렌즈 역시 기존에 없던 제품을 LG이노텍과 협업해 제작했다. 천 수석은 "렌즈는 LG이노텍과 함께 어떻게 하면 360 VR에 최적화되는 작은 사이즈이면서도 기존 제품에 뒤지지 않는 몰입감을 보여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며 "세트 사이즈를 줄이면서 렌즈 성능을 확보하고, 여기에 최적화까지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 360 VR을 착용하면 2미터 거리에서 13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보는 것과 동일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사용자의 좌우 시력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대부분 제품들처럼 양쪽 렌즈의 초점을 동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양쪽 렌즈통을 각각 움직여 맞출 수 있게 했다. 렌즈 중앙과 눈동자가 잘 맞아야 또렷한 형상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렌즈의 좌우 조정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콘텐츠 역시 걱정없도록 했다. 360 VR은 구글의 VR 기기 카드보드에서 제공하는 모든 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김 과장은 "360 VR은 가볍고 편하게, 비행기나 기차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는 VR 기기를 지향한다"며 "가지고 다니면서 오래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기기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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