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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1만9천명 손발 묶고 철창 속에… 印尼 '파숭' 감금행위, 인권기구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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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파숭'이 행해지는 현장. 사진=영국 가디언 웹사이트 화면 캡처.

인도네시아 '파숭'이 행해지는 현장. 사진=영국 가디언 웹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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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현진 인턴기자] 인도네시아에서 1만9000명의 정신 질환자의 손발을 묶고 철창에 가둬 놓는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정부가 40년 전 정신질환자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예산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여전히 반인륜적인 범죄행위가 묵인되고 있다고 국제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HRW)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렇게 암암리에 행해지는 불법 감금 행위가 '파숭(pasung)'이라 불리는 악습이라고 밝히면서, 이같은 불법 행위가 오히려 인도네시아의 만성적인 정신질환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HRW의 활동가인 크리티 샤르마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전역을 조사한 결과 정신질환자 1만9000명 가량이 손이나 발에 족쇄 등이 채워진 채 불법 감금돼 있다”며 “지난 1977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파숭’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이런 악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족쇄 찬 정신질환자는 방에서 대소변을 봐야하며 씻겨주는 사람도 없고, 치료는 엄두도 못낸다. 환자들이 외출할 때에는 족쇄를 찬채 알몸으로 거리를 다닌다. 짧게는 수시간 동안 족쇄를 차지만, 몇년 동안 족쇄를 찬채 생활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HRW는 2014년 인도네시아 21개주에서 1274건의 파숭 사건이 보고됐고, 이중 93%가 족쇄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몇명이나 다시 족쇄 생활로 돌아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적어도 한번 이상 족쇄를 찬 국민이 5만7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HRW는 지금도 1만8800명이 족쇄에 손과 발이 묶인채 생활하고 있고 피해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정신질환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행하는 배경으로는 열악한 정신질환 치료 인프라가 꼽힌다.

인구가 2억5000만명이나 되지만 정신과 의사는 800명에 불과하다. 정신병원도 전체 34개 지역에 48개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 예산에서 보건 예산은 1.5%에 불과해, 정신보건 서비스가 필요한 국민의 90% 가량이 제대로 된 혜택을 못받고 있다.

보고서는 딸을 병원에 데려갈 돈이 없기도 하고 딸이 혹시나 귀신에 들렸을까봐 두렵기도 해서 무려 15년 동안이나 족쇄 생활을 하도록 만든 한 남자의 사연도 전했다.

해당 남성은 "딸이 이웃 소유의 농작물을 파헤치고 익히지도 않은 음식을 먹어대길래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할까봐 두려웠다"면서 "딸의 손목과 발목을 끈으로 묶었더니 딸이 끝내 풀어버리더라. 이웃 사람들이 무서워하기 전에 딸을 감금해야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신질환자 치료에 미신을 이용하거나, 전기 충격이나 감금 등 자기들만의 방법을 쓰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도 흔한 일이된 지 오래다.

샤르마는 “그마나 있는 정신질환자 7곳을 방문했는데, 남성 직원이 여성 환자를 책임지며 언제든 여성 병동을 드나들 수 있는 등 성폭력 가능성에 환자들이 노출돼 있었다”며 “정부는 정신질환자에 족쇄를 채우는 행태를 조사하고 감시해 근절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샤르마는 “15년 동안 족쇄를 찬채 한 방에서 먹고, 자고, 배변도 해결한 사람도 있는데 끔직했다”며 “그야말로 지옥에서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가 2019년까지 '파숭'을 완전히 뿌리뽑기 위한 "Indonesia free from pasung(파숭이 없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흡한 정치 시스템과 자본의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전했다.


손현진 인턴기자 free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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