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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만상] 밤문화 답습 대학 OT까지···자정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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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금보령 수습기자, 기하영 수습기자] #. 초면남녀가 여럿 섞여 게임을 한다. 참가자 대다수는 여성. 제시어에 맞춰 남성이 몸으로 재현하면 맞춰야 한다. 제시어는 체위, 구강성교 등을 지칭하는 성행위 용어들이 태반이다.
#.남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신다. 여성이 많은 모임이라 남성들만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게임을 한다. 벌칙게임도 단계가 있다. 3단계는 여성이 남성 무릎 위에 앉아 어원조차 불분명한 변종 건배(러브샷)를 하고, 4단계는 여성이 술을 입에 머금어 남성의 입에 뿌린다고 한다.

접대문화 변화와 함께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옛 '밤문화'의 한 단면이 아니다. 이달 건국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현장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학 OT 성추행 관련 논란이 들끓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불거지는 대학 행사 관련 안전불감증 논란에 이젠 도덕불감증까지 걱정해야할 처지다.

신입생은 OT 목격상을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전하면서 "제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배들이 시켜서 안 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며 "대학생들은 원래 이렇게 노는거냐"고 되물었다.

신입생 OT에서 벌어진 이 같은 행태는 대학가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강대도 모 단과대학 OT에서 방을 배정하며 '아이러브유방' 등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방이름 등이 쓰여 논란이 됐다. 경희대학교는 '38만원 고액 OT비'로 불투명한 학생회 예산집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집단 얼차려, 술강요 등 심리적ㆍ육체적 고통을 가한 군대식 문화사례는 단골이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OT 자리에서 폭음으로 숨진 대학생은 22명에 이른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건전한 OT 문화 확립을 위한 자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성희롱·성추행 방지를 위한 '대처가이드'를 배포하고 있다. 고려대 사범대의 경우 술 안 마시는 '힐링(Healing)조'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는 학교와 총학생회가 협의해 OT 첫째날은 '무알콜', 둘째날은 1인당 맥주 500cc로 음주량을 제한해 행사를 진행했다. 홍익대는 '성인권위원회'를 통해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와 성폭력 관련 신고를 받고 있다.

음주문화 대신 토론문화를 들여온 OT들도 있다. 고려대 한문학과는 '교양'이라는 이름의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이 학과 신입생 김모(19)씨는 "소문으로 들은 흉흉한 OT와 달리 건전하게 진행돼 좋았고, 토론은 정말 의외였지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건국대 학생처 및 단과대학의 대응방안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각 관계자들은 “부재중이다, 회의중이다” 등의 답만 거듭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금보령 수습기자 gold@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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