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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쑤는 고물상 "맨홀뚜껑 훔치는건 옛말…인건비도 못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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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철강재 범람…고철값 떨어뜨려
4년새 ㎏당 510원 → 180원 하락
"폐지 수집으로 업종 전향해야할 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산업용 고철(철 스크랩)을 수집하는 범보NS의 김병철 대표는 1년 전부터 한숨이 늘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고철 가격 때문이다. 호황기 300만톤을 웃돌던 재고는 현재 100톤 안팎에 머물고 있다.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 모이는 즉시 팔아버렸다.
"6년 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고철값이 떨어졌죠. 4년 전부턴 단 한번도 오른 적이 없어요. 경기가 안 좋을 땐 가지고 있는게 더 위험해 울며 겨자먹기로 팔고 있어요. 업계선 차라리 고철 수집을 그만하고 폐지로 전향하자는 자조섞인 농담도 나오는 판입니다." 김 대표는 헛웃음을 지었다.


고철값은 2012년부터 하락하고 있다. 2월 첫째주 현재 경기ㆍ인천지역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고철값은 1㎏에 180~185원(최종 수요자인 제강사가 사들이는 가격)이다. 고철값은 2012년만 해도 1㎏당 510원이었지만 이후 2014년 1㎏에 405원, 지난해 250원까지 떨어졌다.

고철상들은 고사 직전이다. 노동력을 감안한 고철값 마지노선이 1㎏당 150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세로는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렵다. 고철을 납품 받아야하는 기업과의 거래선 유지를 위해 시세가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다 보니 마진은 줄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아 고철을 대상업체(최종 수요처인 제강사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에 넘겨주는 수준밖에 안 된다"며 "은행 이자 갚는 것도 버거워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통구조상 가장 아래에 있는 고물상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영세 고물상들은 1㎏당 60~80원에 중간 유통업자에 고철을 넘긴다. 고물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들은 1㎏당 30~50원을 받는다. 무거운 고철을 온종일 주워도 1만원을 손에 쥐기 힘들다. 한 때 잘나갈 때는 1㎏당 600원을 넘을 때도 있었다. 2004년 글로벌 원자재 파동으로 고철 가격이 폭등하면서 길거리 맨홀 뚜껑까지 훔쳐다 팔던 때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시세는 10분의 1로 줄었다.

고철값이 추락한 건 중국의 영향이 크다. 철강생산량이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중국은 고철을 포함해 세계 철강시장의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이 국내 시장에 저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 유통시장의 가격체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범람하며 이미 무너졌다.

고철을 녹여 만든 봉강, 철근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에 쌓여있는 철강제품이 고철로 시장에 풀리며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철 마저 공급 과잉이 우려되며 지난해 하반기 고철 가격은 급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철값 급락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범람의 어두운 이면"이라며 "고철이 고철가격도 못 받는 상황이 되면서 고철을 수집하는 기업 뿐 아니라 생활 고철을 수집하는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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