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로 집살 사람은 줄고 집주인은 월세 선호현상 심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었던 전세난이 새해 들어서도 가라앉지 않고 더욱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입주예정 아파트는 2518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적은 물량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도 적다.
반면 재건축 이주로 인한 전세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강남구 개포시영을 비롯해 서초구 한신19차ㆍ한신2차ㆍ우성아파트, 반포동 삼호가든3차 등이 올 상반기 중 이주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나 올해 중 이주할 고덕주공7단지 등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에만 7000여가구가 사라진다. 이들 단지에 입주해 있던 이들은 벌써부터 새 거처를 찾아 헤매는 처지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집 구하기가 힘든 걸 뻔히 아는 만큼 인근 지역은 제외하고 처음부터 서울 다른 지역이나 경기도 지역까지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부터 집주인의 전세기피로 기존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강했는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달 수백만원씩 부담하는 초고가 월세도 빈번해졌다.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지난달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242㎡는 월세 1000만원(보증금 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거래 기준 월세 3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의 경우 서울 내 29곳에 달하는데 5곳을 빼면 전부 강남3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 D공인 관계자는 "월세를 내놓는 집주인이 늘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월세시세가 다소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며 "하지만 전세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입주물량이 다소 늘어나지만 이주수요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전세매물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전세난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나 정부가 전세난을 잡을 만한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며 "서울시에서 이주시기를 늦춰 전세수요를 분산하고는 있지만 아예 사업속도를 높여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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