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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권력 실세, 파리서 돌연 실종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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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6년 전인 1979년 10월 7일 프랑스 파리서 50대 중반의 한국인 남성이 실종됐다. 그는 박정희 정권에서 6년 넘게 중앙정보부장을 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형욱이었다. 이후 그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최고 권력자가 먼 이국땅에서 돌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형욱은 63년 7월부터 중정부장으로 일했지만 69년 전격 경질된 뒤 73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문제는 망명 이후 행보였다. 그는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하며 각종 치부를 폭로했다. 정권의 비리가 담긴 회고록도 썼다. 정권의 실세였다가 반대편으로 돌아서 대통령을 공격하던 그가 갑자기 실종되자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중앙정보부가 요원을 보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파리 근교서 살해한 후 양계장 분쇄기로 처리했다는 설도 있었고 서울로 납치돼 청와대 지하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주장도 떠돌았다.
한국현대사의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이 사건이 윤곽을 드러낸 것은 2005년이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는 김형욱 실종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로 프랑스에 있던 요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제3국인에 의해 김형욱이 납치, 살해됐으며 파리 근교에 유기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김재규가 살해를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프랑스에 있던 중정 연수생 두 명이 동구권의 살인청부업자 두 명과 함께 1979년 10월 7일 김형욱을 납치해 파리 근교로 데려가 권총으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김형욱을 직접 살해한 제3국인 두 명은 미화 1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진실위는 박정희 대통령이 김형욱의 반국가 행위 처리 문제에 깊이 관여했지만 살해를 직접 지시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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