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TV 업계 충격·젊은층 이탈 심각…길어지는 미디어주 부진
미디어 리서치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30개 주요 케이블 채널 중 21개에서 프라임타임(황금시간대·저녁 7시~10시) 시청률이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타임워너 산하 터너 케이블의 TNT가 22% 떨어졌고 월트 디즈니의 디즈니 채널도 19%나 낮아졌다. 컴캐스트의 브라보, 비아콤의 MTV 역시 각각 23%, 24%의 수직하락세를 보였다.
모바일의 대세화, 디지털 혁명, 스트리밍업체들의 급부상, TV업계의 위기 대응 능력 한계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이 급격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료 케이블·위성 TV 채널들을 끊어버리고 인터넷·스트리밍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코드커팅(cord-cutting)족들이 급증하며 전통 미디어 위기론이 확산 중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된 월트 디즈니의 2분기 실적 발표는 위기설에 불을 붙였다. 디즈니는 매출과 순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주가가 폭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투자자들이 디즈니 실적에서 주목한 것은 숫자보다는 내용이었다. 디즈니의 매출 증가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영화 히트작들이 이끌었다. 하지만 스포츠 채널 ESPN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등 TV 부문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달 ESPN의 가입자 수는 9290만명인데 이는 1억명이 넘었던 2011년과 비교된다.
주문형비디오(VOD)로 지나간 방송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훌루·아마존프라임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급성장 중이다. 다음 달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진출하는 일본 미디어업계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닥쳐올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리서치회사 번스타인은 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가입자수-시청률-광고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TV 비즈니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TV 산업이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구조적인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에서 광고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대안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TV업계도 이를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TV업계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당초 TV업체들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불리기로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 미디어업체들은 소규모 인터넷, 디지털 업체들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컴캐스트의 자회사인 NBC유니버설은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 둘은 전략적 제휴도 맺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급속하게 컴캐스트를 이탈하고 있는 젊은 층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컴캐스트는 올해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접고 디지털 미디어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워너 산하의 터너 케이블은 온라인 비디오업체 '아이스트림플래닛(iStreamPlanet)' 지분을 2억달러에 인수했다. 21세기폭스는 지난달 온라인 스포츠게임 스타트업 '드래프트킹스(DraftKings)'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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