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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풍년거지' 美옥수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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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고소득을 올리는 농부와 농산품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는 미국에서 옛말로 전락했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지난주 부셸당 3.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12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옥수수 가격 하락에 따라 농가 소득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미네소타대학이 3500명의 옥수수 재배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옥수수 농가의 중위 소득은 가구당 17만5079달러였지만 2014년에는 5만5000달러에 그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농가 순소득이 32% 감소한 740억달러로 2009년 이후 최저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연방은행의 최근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농부들의 수입과 지출은 7분기 만에 최저점을 찍었고 대출 규모는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십여년간 고소득을 올렸던 미국 농가가 소득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산품은 2000년대 초반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증가하며 공급 부족을 겪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곡물 가격 상승과 작물 생산에 적합한 날씨가 몇 년 동안 이어지며 농산품의 생산량은 점점 늘었고 2008년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수요량과 공급량에 비탄력적인 농산품의 반영되면서 공급 확대는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농산물의 가격 하락과 동시에 달러 강세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도 미국 농가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농업금융에 특화된 은행인 라보뱅크(Rabobank)의 스테판 보겔 농산품시장연구소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2년여 동안 특히 나빠졌다"며 "달러 강세로 인해 비료와 종자의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산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고심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농업지수는 올 들어 15% 감소했고 지난 60일 동안의 농산품 거래 변동성은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US은행의 사금융담당자 폴 스프링미어는 "최근 농산물 파생상품 거래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투자자 대부분이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을 줄이려고 하고 있어 농산물 파생상품 거래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18일 동안 11개의 농산물에 투자하는 18만3929개의 선물과 옵션의 가격은 21%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농산물 관련 파생상품 보유량도 52주 동안 67%나 감소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농업 부문 담당자인 리차드 퍼거슨은 "농산물 재고가 누적되는 동안 중국이나 브라질, 러시아 등의 경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며 "농업 비즈니스는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가 소득의 감소는 농업과 연계된 산업의 축소로 이어진다. 파급 효과는 종자와 농업장비, 비료 등 전 세계의 농업 비즈니스로 확대됐다. 농업 관련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위기 탈출의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 비료생산업체인 CF인더스트리는 경쟁기업인 OCI의 유럽과 북미의 자산을 80억달러에 사들였다. 세계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캐나다의 포타시는 이달 초 독일 비료생산업체 K+S에 86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제안했고, 미국 종자회사인 몬산토는 라이벌 회사인 스위스 신젠타에 450억달러 규모의 구애를 보냈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기상 조건의 악화가 농산품 공급량을 감소시켜 재고량을 소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남미지역의 폭우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가뭄으로 올해의 수확량이 예상에 미달될 것이라는 예측이 농산물 값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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