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중·고교 필수 과목에 금융 포함
계획적 소비 방법 등 청소년 교육 필요
"세이브칠드런 기부도 지출이야. 수입에서 빼야 해."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 구로구 개봉초등학교 4학년 7반 교실에 들어서자 6~8명씩 조를 나눈 학생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주제는 용돈 관리. 소득과 지출 등 낯선 금융개념을 칠판에 적어가며 수업을 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학생들은 KB금융공익재단에서 파견 나온 강사의 지도에 따라 용돈, 소비, 저축, 기부 등의 개념을 간단히 설명들은 뒤 게임을 즐기면서 스스로 용돈 관리 요령을 익혔다. KB금융공익재단은 지난달 이 학교에서 1~3학년 저학년을 대상으로 화폐의 개념에 대한 금융교실을 진행했다. 이달에는 4~6학년을 대상으로 용돈에 대한 금융ㆍ경제 교육을 한다. 금융교육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어려운 수업일 것으로 여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직접 제작한 동영상과 친숙한 보드 게임을 통해 보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KB금융지주처럼 최근 시중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과 경제단체 등에서 금융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한국인의 금융 행위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OECD 가이드라인에 맞춰 내놓은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 국민의 재무상황 관리 등 금융행위는 5.1점으로, OECD 14개 회원국 평균치 5.3점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태도 점수 역시 한국은 3.2점으로 OECD 평균치(3.3점)를 밑돌았다. 22점 만점에 14.9점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에 오른 금융지식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시험 성적을 위한 금융ㆍ경제 지식은 갖췄지만 이를 직접 생활에 활용하는 수준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열린 제 1차 금융소비자 자문패널 회의에서 "금융교육 실수요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공급자중심 교육에서 수요자중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금융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융행위(습관), 금융태도(가치관) 교육을 위해 학교 금융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융교육이 정규 교과목에 포함돼 실시되곤 있지만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초ㆍ중ㆍ고교 전체 교과의 경제교육 비중은 1%(약 35시간) 수준에 그친다. 이 중 금융 관련 부분은 10%도 안 되며 교육도 대부분 주입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미국은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직속에 '금융교육자문위원회'를 두고 청소년 금융 교육을 직접 챙기고 있으며 영국도 작년부터 금융을 중ㆍ고교 필수과목으로 선정해 체험 중심의 금융교육을 시키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은 경영과 함께 중요한 경제의 한 축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영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융교육을 강화해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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