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채무인간]빚과 함께 시작하는 삶…학자금·창업대출의 명암
학자금대출, 취업 늦어지면 신불자 전락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드라마 '미생'에서 여주인공 '안영이'는 매달 150만원을 학자금대출 상환에 쓴다. 마지막 대출금을 납부하며 그녀가 보인 미소에 공감한 직장인들이 많았다. 대출은 빚이지만 학자금대출이 없었다면 안영이가 대기업인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할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그녀에게 학자금대출은 사회로 나아가는 지원자 역할을 한 셈이다.
학자금대출이 마냥 지원자만을 자처하는 건 아니다. 때론 사회 초년생의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년차 계약직 직장인 김영진(가명)씨가 그런 경우다. 김씨의 신용등급은 8~9등급을 오르내리는데 학자금대출 원금 1800만원은 그의 마음을 짓누르는 납덩이다. 그는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출을 갚느라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계약직이라 급여도 낮은데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적지 않은 이들이 빚과 함께 삶을 시작한다. 당장 학자금대출이 그렇고, 대학교 졸업 후에는 창업대출이 대상이다. 돈 없는 이들에게 이들 대출은 든든한 지원자이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갇힐 수도 있다.
현재 학자금대출은 2009년 설립된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한다. 지난해 대출액은 2조4217억원인데 78만4000명이 수혜를 받았다. 2005년 29만4000명이던 학자금대출 이용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빚 없이는 졸업하지 못할 대학생이 매년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학자금대출 상환 비율은 95%를 웃돈다. 그만큼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학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기준 10조7000억원, 채무자 수는 152만명이다. 이 중 학자금대출 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는 2013년말 기준 4만1000명이다. 정부가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 등 대출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결과다.
다만 저소득층 대학생의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대상인 든든학자금대출의 지난해말 기준 상환 시작 비중이 68.3%에 불과하다"라며 "향후 부실과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학자금대출 외에 사회 초년생과 가장 많이 얽혀 있는 건 창업대출이다. 직장인이 아닌 창업을 택한 이들에게 창업자금 지원은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특히 최근 젊은 초년생들의 벤처창업이 늘어나며 관련 자금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청은 올해 예비창업자와 창업 초기기업 기술창업 지원에 총 1조54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벤처의 주된 업종인 정보기술(IT)은 정부의 기술금융 지원과 맞물리며 힘을 얻고 있다. 산업은행은 스타트업 투자 지원한도를 기존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고, 기술보증기금은 보증료를 0.3%포인트(p) 감면하고 보증비율을 90%까지 우대한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이환규씨는 얼마 전 벤처캐피탈의 투자 의사를 거절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고개 숙여 자금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 이런저런 기술금융 대출이 늘어나 대안이 많은 상황"이라며 "벤처캐피탈은 요구사항이 많으니 기보나 시중은행 쪽에서 자금을 융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창업대출을 받았다가 데인 경험을 가진 이들이다. 주로 연대보증에 시달린 경우들이 많다. 현재 민간 금융은 물론이고 기보나 신보 등 공기업 보증기관도 창업자 연대보증을 면제해주는 비율은 5% 미만에 그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벤처를 활성화하려면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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