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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채무인간]빚더미에 깔린 20만명, SOS 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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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갚으면 집·재산·월급까지 압류

최소한의 생활권도 뺏기고 추심에 시달려
해외선 담보집값 내리면 은행도 책임 분담
대출구조 개선, 패자부활전 기회 줘야


[2015 채무인간]빚더미에 깔린 20만명, SOS 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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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40대 안영직(가명)씨는 노란색만 봐도 진저리를 친다. 4년 전 신용불량자가 된 후 매일 같이 날아오는 노란색 봉투의 추심독촉 우편물에 정신불안증까지 걸렸다. 집 전화와 휴대폰으로도 하루에 10여통씩 빚 독촉 전화가 걸려온다. 처음에는 안씨의 회사로 전화를 걸던 추심업체는 안씨가 전화를 피하자 다음에는 안씨의 부모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을 찾았다. 일부러 안씨 자녀의 하교 시간에 맞춰 집 문을 두들기는 추심업체 직원에게 안씨의 아내는 두려움을 떨어야만 했다. 안씨는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예고없이 찾아오곤 한다. 무엇보다 아빠가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될까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빚더미에 신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갚을 돈이 없어 불법추심이나 개인회생ㆍ파산을 신청하는 이들이다. 주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인 이들에게 빚을 진 책임은 묻되, 최소한의 생활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번의 부채가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망가뜨리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가계부채의 일정 부분 책임을 채권자인 은행에게 지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빚은 개인(채무자)만이 아닌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1만707건으로 집계됐다. 2004년 제도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회생의 증가는 가계부채 증가와 맞물린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며 자연스레 빚이 덫으로 돌아온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개인회생은 2005년까지만 해도 5만건 미만이었지만, 이후 급증해 2013년 10만건을 넘어섰다.

개인워크아웃ㆍ프리워크아웃 등 신용회복 신청자 수도 매년 8만~9만건을 오가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다르면 지난해 채무조정건수는 8만5168건으로 집계됐다. 개인회생과 신용회복 건수를 더하면 한 해에 빚으로 'SOS'를 치는 개인의 숫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빚으로 인한 폐해 중 가장 심각한 건 불법추심이다. 에듀머니와 서울연구원이 2013년 추심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대출자 10명 중 4명은 채권 추심 경험이 있으며, 이 중 4분의 1은 불법추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이나 폭력에 시달리는 이혼에 이른 경우도 허다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현재 불법추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해서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추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개인에게 개인회생제도 이용을 독려하는 한편 채권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집값 하락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모두 대출자가 떠안는 구조에선 은행이 대출에 신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 프린스턴대의 아티프 미안 교수는 '책임분담 부동산담보대출'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집값이 내리면 은행도 어느 정도 손실을 같이 안는 등 채권자와 채무자가 위험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련한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금융사가 의무적으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조사하도록 했다. 단순히 담보가 있다고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은행의 대출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에서 소구권이 인정되는 걸 문제로 꼽는다. 한국의 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집 한 채를 넘어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소구권이 인정되는 한 금융기관은 계속해서 가계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장기ㆍ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더라도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욱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는 "재적적 파탄 상태에 처한 가계에 새 출발 기회를 주고 일상적인 패자부활전이 가능토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민금융진흥원 등 서민금융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 종합대책을 오는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진흥원이 설립되면 서민금융 정보를 집중해 분석하는데 유리하다"라며 "자활 의지와 능력을 가진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이 지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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