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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승부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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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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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오후의 뜨거운 햇살, 2000년대 중반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K-1처럼 8강전부터 결승까지 하루 3게임을 뛰어야 하는 강행군. 그리고 더운 날 더욱 힘겹게 하는 인조잔디. 기적처럼 오른 결승에서 우리 팀은 이번에도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다시 한쪽 골대 주변에 몰려든 22명의 선수들. 불안하게도 이번 선공은 상대팀이었다. (승부차기를 하면 선공을 하는 쪽 승률이 6%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침착한 성공과 선방, 미식축구처럼 골대 위로 날리는 슛이 이어지면서 5명의 키커 간 대결에서는 동점. 여섯 번째 키커부터는 한쪽이 성공하고 다른 한쪽이 실패하면 바로 승부가 난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오전 경기를 본 후, 집안 일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햇살 나른한 오후, 잠시 졸음쉼터에 쉬며 단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에 들어가자 함께 자리를 하지 못한 부원들을 위한 현장 부원들의 SNS 중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키커에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피말려서 도저히 못 보겠다. 차라리 져주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가 흥분하고, 집중했다.

아빠 회사에 별 관심 없는 아이들조차 차 안에서 같이 흥분하며 SNS를 통해 들려오는 승부차기 결과에 환호와 탄식을 되풀이 했다. 1분이 1시간 같은 긴장감 속에서 상대 측의 성공 소식 후 우리 측 여덟 번째(아홉 번째인가?) 키커가 나섰다. 주인공은 키 크고 잘생긴 우리 부의 유일한 선수였다. 부원들의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이탈리아 빗장수비 '카테나치오(Catenaccio)' 같은 강력한 수비로 무실점으로 전 경기를 마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핵심수비수인 우리의 주인공은 마지막 결승전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 줬다.
비록 SNS 상에서지만 안타까운 탄식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탄식은 채 몇 초를 가지 않았다. 힘겹게 경기를 끝낸 우리의 에이스에 대한 격려와 그와 우리 팀이 일군 무실점 준우승이란 신화에 진심어린 릴레이 격려가 이어졌다.

물론 준우승이 아니라 우승을 했다면 우리의 카테나치오와 슈퍼 스위퍼(최종수비수)는 더 빛을 봤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결승에 오른 걸로 (주말 하루종일 시간을 빼앗아서) 충분히 죄송(?)했고,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없다"는 누구의 말처럼 5월의 주말은 우리 축구팀 덕분에 충분히 행복했다.

'축' 아싸(아시아경제 싸커팀) 기자협회 축구대회 준우승.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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