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報國·개척·품질… 아버지 말씀에 정답 있었네

최종수정 2014.12.31 10:50 기사입력 2014.12.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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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위기돌파 고민하시는 기업 총수들, 곰곰이 돌이켜보세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좌)과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좌)과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 새해 위기돌파 고민하시는 기업 총수들, 곰곰이 돌이켜보세요
- 삼성.현대.SK.롯데.금호 등 창업초기 목표는 '잘사는 나라 만들어보자'
- 이병철 회장 "사업이란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기업은 사회적 존재"
- 정주영 회장 "이봐, 해봤어?" 미지의 영역 뛰어든 도전정신의 상징
- '세계 최고의 품질 만들어내겠다' 소신경영은 넘버원 기업 디딤돌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배경환 기자] 각종 사건사고로 고단했던 2014년이 마침내 끝나고 2015년 새해가 밝아왔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년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1년만에 실적이 급감하며 위기경영에 나섰다. 현대차 역시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으로 인해 2, 3분기 실적이 뚝 떨어졌다. 재계 30대 그룹의 총수 12명은 구속됐거나 재판이 진행중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재계는 우리 기업들이 가진 어려움이 단순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신성장 동력 육성 부진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 초기의 이념과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세대를 거치며 퇴색된데서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창업 당시의 목표와 이념을 되살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위기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창업 1세대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창업 이념은 3가지로 요약된다. 사업을 일으켜 국가에 보답하겠다는 '사업보국',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사업 영역을 과감히 뛰어들어 사업을 일구어낸 '개척정신', 산업 고도화가 뒤늦게 이뤄졌지만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제품을 만들겠다는 '품질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사업보국 "사업으로 나라에 보답하겠다"= 사업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한다는 의미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 초기 기업사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 현대를 비롯해 SK, 롯데, 금호 등 주요 그룹사 창업주가 사업보국을 사업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다. 농업에서 단순조립 가공을 벗어나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만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 성장기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가들의 적극적인 과제이자 사업 목표였던 것이다.
초기 농업에서 상업으로 산업을 발전시킨 우리나라 재계는 70년대부터 중화학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의 한국비료, SK와 한화의 석유화학 사업 진출이 모두 이 시기에 이뤄졌다. 특히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젊은 시절 일본 유학도중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선대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을 통해 사업에 대한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립했다.

"사업(事業)이란 무엇인가. 한 개인이 제아무리 부유해도 사회 전체가 빈곤하면 그 개인의 행복은 보장받지 못한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사업이며 따라서 사업에는 사회성이 있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또한 사회적 존재다. (중략) 독립국가 한국의 기업가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나라의 부강의 기초가 되는 민족자본의 형성이야 말로 당면한 최우선의 과제다. 사회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보국의 결의를 몇 번이고 다졌고 또 바꾸기도 여러 번 했다. 구태의연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의 뜻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이 선대 회장의 이같은 회고는 당시 기업가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스스로 부를 이뤄 잘먹고 잘사는 것을 넘어서 기업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고 해방 이후 민족자본을 형성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 정신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개척정신 "아무도 가지 않았다고 못할 것 없다"= 우리나라 재계 창업주들은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 SK, 두산 그룹 등이 공통으로 내세운 창업 이념 중 하나가 개척정신인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며 미국, 일본에 10년은 뒤쳐졌던 국내 전자업계의 기술력을 한달음에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전세계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큰 실패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듯이 당시 국내 기술력으로는 일본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TV 등 가전기기들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 1세대의 개척정신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짓고 조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국내는 물론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까지 반대하거나 비웃었다. 이때 정 명예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한마디를 던지며 과감하게 조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지 않은 길을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정 명예회장 특유의 승부수이자 개척정신이 지금의 현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2015년은 정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최근 발간된 정 명예회장의 전기 '이봐, 해봤어?'는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과거 정 회장의 모습을 그려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는 정 명예회장을 두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업가들은 많이 거론되지만 그들이 활동했던 시기와 경제ㆍ사회적 기반, 시장 등 환경 여건을 놓고 비교할 때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엄청난 업적을 남긴 점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빛난다"고 평한 바 있다.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는 "재계 창업 1세대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 그리고 창조와 혁신정신을 발휘한 위대한 기업가 유형의 극적인 사례"라며 "강인한 도전정신, 잠재력, 창의력의 아이콘으로 이는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품질경영 "메이드인 코리아를 세계 최고 제품으로"= 품질경영 역시 국내 기업 창업주들이 수십년동안 지켜온 창업 이념이자 소신의 결과 중 하나다. 초기 한국산 제품은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지금의 중국산 제품처럼 값은 싸지만 질이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품질 경영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 LG, SK, 두산 등이 지금도 주요 창업 이념 중 하나로 정해 제품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초대 회장이었던 박두병 회장은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얘기를 입버릇 처럼 했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역시 품질경영을 "공든탑이자 자존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95년 3월 9일 구미사업장에서 휴대폰과 무선전화기 등 10만대 가량을 불태웠다. '휴대폰 화형식'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 신경영을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던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당장 희생을 치르더라도 근본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업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어떤 상황에서도 품질경영은 차순위로 둘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 되찾아야= 손동원 인하대학교 교수는 최근 열린 기업가정신을 논하는 자리에서 "한 식물, 한 재료, 그 어느 것에서도 상업적 기회를 보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라며 "최고경영자에서 말단사원까지 조직전체가 창조, 도전, 역발상 정신을 갖춘 신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은 그 어느 때보다 기업에게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기업인들의 정신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실제 학계에서는 현 경제 위기의 배경을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기업정서에서 찾고 있다. 과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 1세대 성공신화 기업인들의 정신이 사라지며 방향타를 잃었다는 얘기다.

특히 학계에서는 기업가정신의 복원은 물론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역량만 갖추면 쫓아갈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장을 선도하고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등 혁신역량까지 갖춰야해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가가 기업가정신에서 경기침체의 탈출해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경제대도약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봉 세종대학교 교수 역시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먹구름 같은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명량대첩과 이순신 스토리 같은 역사적 전환을 가져올 기업가정신의 출현이 시대과제로 떠올라야 한국경제의 길이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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