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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 14번 거절, 마지막 투자자 한시간 설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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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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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토리 벤처, 운명의 그 순간]④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14전 15기로 '벼랑 끝 자금유치'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훌륭한 사업계획서네요."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33)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절박함의 끝자락'에 놓였던 지난해 겨울. 14명의 투자자로부터 차례로 거절당하고 마지막 투자자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15번째 투자자마저 거절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악몽들이 어깨를 짓눌렀다.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마지막 투자자를 만나 1시간 가까이 설득했다. 10년 같은 1시간이었다. 마침내 투자자가 입을 열었다. "투자할께요."

그때만 생각하면 최 대표는 말이 많아진다. 다시 오지 않을 극적이고 숨가빴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나에게 다른 투자자들은 '수익은 어떻게 낼 것이냐?' '조직 운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이것저것 캐묻고는 '다음에 다시 보자'며 애매한 약속만 한 채 돌려보내기 일쑤였어요. 그러다가 14전15기 만에 기회를 잡게 됐으니 내 평생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드라마앤컴퍼니는 국내 1위 명함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앱으로 명함을 찍으면 무료로 입력해주고 택배로 명함을 전달받아 스캔과 입력을 해주는 '명함정리 대행'도 하고 있다. 다른 명함관리 앱은 광학문자인식(OCR) 방식을 쓰는 반면 리멤버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다. 오인식이 많은 OCR과 달리 리멤버는 100%에 가까운 정확도 때문에 이용률이 빠르게 늘어 출시 1년 만에 회원이 20만명에 이른다.

최 대표는 마지막 투자자를 만나기 전날 밤을 꼬박 샜다. "집에는 5개월째 월급을 못 가져갔고 회사에는 딱 한달 더 버틸 수 있는 자금밖에 남아있지 않았지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틀린 게 없는 지 점검하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거듭된 투자유치 실패로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청약통장과 종신보험까지 해지해가며 버티던 때다. 상황은 절박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궁금한 내용이 모두 들어 있는 수준 높은 사업계획서'라는 찬사와 함께 투자유치에 성공한 배경이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머쥔 기회였던 것이다.

최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6년간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오랜 꿈이던 창업을 결심하고 지난해 4월 퇴사한지 두달 만에 벤스터(드라마앤컴퍼니 전신)의 대표로 영입되면서 사명을 드라마앤컴퍼니로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직원 3명과 함께 처음 만든 서비스는 '모바일 명함'이었다. 내노라하는 대기업 CEO들에게 이런 저런 사업방향을 제시하던 그였지만 직접 사업을 해보니 현실은 달랐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결해줄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게 패인이었다. 모바일 명함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온라인 전달도 가능해 종이명함의 불편함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종이명함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명함관리이고 유일하게 이 불편을 겪지 않는 사람은 바로 '비서를 둔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가 비서가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현재 350여명의 리멤버 타이피스트들이 하루 평균 5만장이 넘는 명함을 실시간으로 입력해주고 있다.

드라마앤컴퍼니 직원은 1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대표를 포함한 16명의 직원들은 '100℃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지막 투자자를 만나기 전 점검을 거듭하던 최 대표의 완벽주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프로젝트다. 최 대표는 "98도까지 끓였는데 왜 안 될까 할 때가 있는데 사실은 마지막 2도 때문에 안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만나면 리멤버 참 잘 쓰고 있다면서도 '근데...'라고 토를 다는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최대한 완벽해지도록 노력하자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너무 바빠 얼굴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원성 아닌 원성을 듣지만,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처럼 고액 연봉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지난 6월 사업 시작 1년 된 시점에 페이스북에 글을 썼어요. 지난 1년 동안 진짜 힘들었는데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는 더 힘들 것 같은데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최 대표는 "나와 맞는 사람들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 그 성취감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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