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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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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전후대비 TNR실적 월평균 2.43배 증가 ... 급식소와 병행한 TNR로 1092마리 출산감소 효과 발생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고양이 좋아하는데 솔직히 좀 문제라고 생각해요. 쓰레기봉투를 갈기갈기 찢어 대서 길거릴 더럽혀놓고, 겨울엔 차 밑에 들어간 줄 모르고 출발하다 큰일 날 뻔한 적도 있고요. 게다가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 같은 기분 나쁜 발정음을 내니까 잠을 많이 설쳤습니다.” (최OO, 암사1동 주민)

이런 점 때문에 처음부터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길고양이는 도심 속 골칫거리의 이미지가 컸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고양이를 더불어 사는 존재 보다는 퇴치 대상으로 보게 했고 그것에 대한 대표적인 결과가 고양이 안락사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없앤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진공효과’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특정영역을 몇 마리가 공유하는 식으로 살아간다. 따라서 한 지역의 길고양이를 모두 제거한다고 해도 이웃의 길고양이가 들어와 처음과 같은 밀도가 될 때까지 번식, 총 개체 수 변화에는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강동구(구청장 이해식)에도 2000~300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구는 고양이 개체 수 조절방법으로 안락사 대신 ‘중성화 후 방사사업’(TNR)을 택했고 2008년부터 예산으로 매년 약 200마리에게 TNR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출몰지역을 특정하기가 어려운데다 포획에 성공한다 해도 번식능력이 떨어지는 약한 길고양이가 잡히는 경우가 많고 주민들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에만 고양이를 포획하고 있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길고양이 급식소

길고양이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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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구는 지난해 5월 지역캣맘으로 구성된 미우캣보호협회와 함께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배고픈 길고양이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사료와 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청에서 승인한 급식소는 처음에 구청과 동 주민센터 등 18개에 설치돼 1년간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뒤 올 6월 구청장 공약사항으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급식소 총 47개까지 증가.

길고양이 급식소가 성공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TNR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급식소에 밥을 먹기 위해 모이는 길고양이는 포획하기도 쉽고 밥을 주는 것으로써 어떤 고양이가 우두머리 수컷인지, 번식력이 우수한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가 급식소 운영 전인 지난해 1~5월 시행한 TNR은 44마리, 급식소 운영 뒤 17개월(2013년6~2014년10월)동안 시행한 TNR은 364마리에 이른다.

급식소 운영 전에는 월 평균 8.8마리에 대해 TNR이 행해졌다면 운영 후엔 21.4마리에 대해 TNR이 행해졌다. 급식소 운영 전후대비 월 평균 2.43배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기간 중 TNR 실시 결과 1092마리(추정) 출산감소 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092마리 = 364마리 x 암컷 0.6 x 출산4마리 x 생존율0.5 x 출산회수 2.5) 고양이들이 정해진 장소에 찾아오니 잡기가 쉽고 다시 이들을 관리하여 모니터링 하기도 쉬운 정책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매일 몇 통씩 걸려오던 “고양이 잡아가라”는 민원전화도 지금은 거의 없다. 쓰레기 봉투 훼손, 발정음 등 길고양이에 대한 악성민원이 70%정도 줄은 대신 구청 홈페이지에는 사업에 대한 긍정적 응원 글이 자주 올라온다.

“길고양이 급식소 근처에 사는데, 급식소를 설치한 이후로 고양이들이 먹이 때문에 싸우거나, 우는 소리가 아무래도 적어진 것 같다. 열린 사고와 추진력으로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서 감사하다” (옥OO, 2014.3. 구청장에게 바란다)

고양이들도 달라졌다. 급식소 근처의 고양이들은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도 태평하게 누워 잠을 자거나, 털을 고르는 등 사람에 대한 경계가 훨씬 누그러진 모습을 보인다.

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강동구만의 지역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길고양이 급식소와 병행한 TNR사업이 위와 같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TNR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사료가 있는 곳으로 고양이들이 모일 뿐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도 급식소가 설치된 후 고양이가 늘어났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있다.

이에 구는 TNR과 급식소에 대한 주민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지역 내 주요 거점지역과 공원 내 산책로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 'TNR은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고, 급식소는 TNR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홍보전단지를 따로 제작해 구 소식지와 각 동 주민센터를 통해 배포할 예정이다.

미우캣 관계자는 “TNR이 성과를 내려면 전체 개체수의 최소 70% 이상, 매년 15% 이상을 중성화 해야한다”며 “TNR에 대한 주민들의 장기적인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길고양이는 한 때 유해동물로 분류됐으나 2005년 관리 동물로 변경된 이후 현재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고 강동구에서는 지난 1월 18일 서울특별시 강동구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해 공포한 바 있고 향후에는 동물생명존중헌장 제정 및 유기동물 입양캠페인을 전개, 동물학교도 운영,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고양이는 생명이니까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접근 보다는 주민들과 합의를 통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길고양이를 비롯해 모든 생명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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