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약 7년을 뛴다. 입단과 동시에 조명을 받아도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야구인생을 마감한다. 이런 흐름을 생각하면 프로에서 10년 이상 뛰는 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생존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성적이 다소 부진해도 분명 치열한 밥그릇 싸움의 승리자들이다.
LG의 안방마님 최경철(34)은 베테랑 포수다. 1군 경험은 많지 않지만 프로에서 12년째 뛰고 있다. 2004년 SK에서 1군 무대를 처음 경험한 그는 2011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거의 대수비로만 기용됐다. 그에게 포수 자원이 빈약한 LG로의 이적은 야구 인생 최고의 기회였다. 최경철은 특유 꾸준함으로 기어코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지난 NC와 준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533(15타수8안타) 5타점 2득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도 안정된 수비를 뽐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창 진행 중인 넥센과 플레이오프에서도 기세를 이어간다.
최경철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김성래(53) 코치가 떠오른다. 1980년대 후반 삼성의 주전 2루수는 김동재(54) 코치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결장을 반복했고 결국 백업요원이던 김성래 코치에게 자리를 뺏겼다. 홈런왕까지 오른 김성래 코치는 주전을 꿰찬 뒤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2루를 지켰다. 선수들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자리를 내주는 순간 누가 주전으로 급부상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최경철의 기량은 아직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이 선수단 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LG는 상당한 호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최경철이 '반짝 스타'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안정된 기량을 보여준다면 LG의 미래는 계속 밝을 것이다. 선수들의 동반 성장 때문만이 아니다.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들에게까지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어쩌면 시즌 중반부터 시작된 LG의 저력도 여기에서 비롯됐는지 모르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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