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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 자생지확인, 복원 길 열린 ‘희귀·멸종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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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가는 동자꽃·제비동자꽃 등 씨앗 장기저장…희귀난초과 식물 3종 국내 최대 자생지 확인, 개체군 모니터링 후 보전대책 및 복원계획 마련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가는 동자꽃, 제비동자꽃, 금새우난초, 신안새우난초, 석곡, 히어리, 고란초, 가시연꽃 등….

정부가 증식, 자생지 확인 등 복원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희귀·멸종·특산식물들이다. 자생지 이외지역 보전에 성공한 희귀식물들이 줄을 이어 눈길을 끈다.
이들 희귀·멸종식물들의 복원과 증식작업은 산림청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정부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으로 자생지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그냥 뒀다간 이들 식물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판단에서다.

국립수목원의 경우 희귀·멸종·특산식물 복원을 위해 지난 3월20일 경기도 양평에 국내·외 유용식물자원 1만4469종류를 갖춘 ‘유용식물증식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3일엔 경남 거창 금원산생태수목원에 경남지역의 희귀식물들을 보존할 ‘희귀·특산식물 전시보존원’도 열었다.

올 들어 복원 길이 열렸거나 자생지가 발견돼 보호받고 있는 희귀·멸종식물들과 관련보존·보호업무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현지 이외 지역보전에 성공한 ‘가는 동자꽃’=희귀식물인 이 꽃은 자생지 이외 지역에서 보전하는 길이 열렸다.

국립수목원은 이달 초 국내 분포가 불명확했던 ‘가는 동자꽃(Lychnis kiusiana Makino)’의 국내 자생지를 확인한데 이어 씨앗의 장기저장(seed banking)과 증식으로 현지 이외 지역보전에 성공했다.

‘가는 동자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다. 국내엔 강원도지역의 산지습지에 자생한다는 문헌기록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자생지정보와 표본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국내 분포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국립수목원은 지난해 희귀·특산식물자생지를 조사하던 중 ‘가는 동자꽃’ 자생지를 발견, 모니터링 한 결과 씨앗을 오래 저장하고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가는 동자꽃’은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 현지 이외 보존원에서 순화과정을 거치고 있다. 내년엔 국립수목원 전시원에 심어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수목원은 ‘가는 동자꽃’의 현지 이외 보전과 더불어 자생지 정밀조사와 개체군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알맞은 보전대책과 복원계획도 짤 예정이다.

◆자생지 복원된 ‘제비동자꽃’=산림청 희귀식물 EN(위협종)과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이 꽃은 최근 자생지가 되살려졌다.

국립수목원과 동부지방산림청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는 희귀식물 제비동자꽃의 현지 내·외 보전바탕을 완성, 제비동자꽃 자생지를 되살리고 이달 23일 대관령에서 보전 및 복원연구 성과보고회를 가졌다.

제비동자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산 속 습지에 자라며 비슷한 식물인 동자꽃보다 꽃잎 끝이 제비꼬리처럼 길게 갈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평창군에만 자라는 이 꽃은 자생지를 중심으로 남획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기후변화로 자생지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실정이다.

국립수목원과 동부지방산림청은 최근 5년간 자생지 모니터링 한 결과 제비동자꽃의 감소세가 지금처럼 이뤄지면 50년 내 국내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2010년부터 제비동자꽃의 모니터링으로 개체군 밀도변화, 유전다양성, 씨앗특성, 자생지특성에 대한 보전생물학적 연구에 들어가 대량증식과 되살리기 작업을 끝내고 보전바탕을 만들었다. 평창지역 자생지환경을 기준으로 ‘제비동자꽃 분포예측모형’을 개발, 대체서식지를 되살린데 이어 대량증식 된 개체들 중 유전다양성 분석으로 뽑힌 개체를 이용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씨앗을 국립수목원 종자은행(Seed bank)에 저장하고 있다. 대량 증식된 일부개체들을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 전시보존원과 강원지역 비무장지대(DMZ) 자생식물원에 심어 일반인들이 자생지에 가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제비동자꽃의 중요 자생지인 평창 선자령지역은 등산로와 맞닿아 자생지환경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 지역에 보호시설을 만들고 자생지보호활동도 발일 계획이다. 제비동자꽃 자생지와 대체서식지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넣어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식물들 보전작업에도 나선다.


◆희귀·멸종위기식물 ‘히어리’의 대량증식 비밀=올 4월27일 멸종위기 희귀특산식물인 ‘히어리’의 대량증식기술이 첫 개발돼 눈길을 모았다. 납판화(蠟板花)라고도 불리는 ‘히어리’의 영어이름은 ‘Korean Winter Hazel’. ‘한국의 겨울 개암나무’란 뜻을 갖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희귀·소멸위기 유전자원보존사업의 하나로 2003년부터 한국특산 히어리의 조직배양 증식기술을 개발, 배양묘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히어리’는 이른 봄 잎이 나기 전 노란 꽃잎이 포도송이처럼 한데 모여 피어난다. 초롱모양으로 땅을 향해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수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환경부는 이 꽃을 보호식물 52종의 하나로 지정했다. 조직배양 증식기술에 쓰인 히어리는 경남 남해군 금산과 지리산의 히어리자생지에서 골라 뽑은 것으로 꽃과 잎 무늬가 아름다워 새 품종으로 개발가치가 높다.


국립산림과학원 생물공학연구팀은 조직배양으로 얻어진 어린 식물체를 온실 안에서 순화과정과 야외에서 10년 이상의 적응성시험을 거쳐 정상생장과 효율적인 대량 번식기술을 체계화했다.

문흥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장은 “히어리의 조직배양증식기술은 10년에 걸친 연구 결실”이라며 “히어리 유전자원 보존은 물론 관상가치가 큰 히어리의 농가소득용 묘목보급 및 분재소재 활용으로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특산 히어리는 1984년과 1987년에 미국으로 흘러나가 모리스수목원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르고 있는 히어리 300여 그루의 묘목은 수목원 등을 통해 보급,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한편 ‘히어리’는 희다의 뜻인 하야리, 허여리에서 변형된 이름이다. 하지만 히어리 꽃은 엷은 노란색이며 잎 색깔은 초록색이다. 유래는 좀 엉뚱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오리나무’가 오리(五里) 즉 거리를 나타내기 위해 오리 간격마다 심었다고 해서 오리나무라 하듯이 히어리의 유래도 이 거리를 재는데 쓴 유래에서 비롯됐다.

순천 등지에서 불려진 히어리의 옛 이름은 ‘시오리나무’다. 시오리(十五里) 즉 십오리(약6km) 거리마다 이 나무를 심어 거리를 표시한데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계곡과 계곡을 넘어 마을까지의 거리가 약 시오리쯤 된다. 그 거리의 표기로서 이 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1966년 국내 식물분류학계 최고 권위자인 수우(樹友) 이창복 박사가 시오리나무를 그 지역 방언인 히어리나무라 바꿔 불러 학계에 발표하면서 ‘히어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규모 자생지 확인된 희귀난초과 식물 3종=올 7월초엔 우리나라 희귀난초과 식물 3종의 국내 최대자생지가 확인돼 화제였다.

국립수목원이 발견해 발표한 이들 식물은 희귀식물 멸종위기종(CR)으로 지정된 ▲금새우난초 ▲신안새우난초 ▲석곡이다. 국립수목원 연구진의 희귀식물 자생지탐사 중 남부해안지역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눈에 띈 것이다.

이 가운데 신안새우난초는 2009년 국내 미기록종으로 발견된 희귀난초과 식물로 지금까지 자생지 생태정보 및 국내 분포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석곡은 꽃이 매우 아름답고 주로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특이한 생육특성을 갖고 있으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생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자생지가 확인된 곳은 식물들이 넓은 면적에 높은 밀도로 자라고 있었다. 성숙개체는 물론 어린개체 등 여러 연령대가 관찰돼 안정적인 개체군 구조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새우난초, 신안새우난초 외에도 이들 두 종의 자연교잡종으로 보고된 다도새우난초도 자라는 게 밝혀졌다. 게다가 확인된 자생지에 보춘화, 사철란 등 희귀식물들도 자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한 곳에 여러 희귀식물들이 안정된 개체군을 이루는 건 이 지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10여년 관리가 잘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립수목원은 관할 국유림관리소 협조로 희귀식물의 불법남획 단속은 물론 자생지의 현지 내·외 보전을 위해 증식법 개발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발견된 희귀야생초 ‘고란초’ 군락과 꽃 피운 멸종위기식물 ‘가시연꽃’=올 4월초 충남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의 한 바위산에 희귀식물인 ‘고란초’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곳에 고란초가 처음 뿌리를 내린 건 2007년으로 서식지 면적이 넓어지면서 계속 번져 고란초 밭을 이뤘다.

고란초는 고사리목 고란초과에 속하는 희귀종으로 그늘진 바위틈이나 낭떠러지 등지에 자생하는 상록성 다년초다. 부여에 있는 고란사(皐蘭寺) 뒤의 절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란초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좀처럼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멸종위기식물 가시연꽃이 이달 중순 충남 홍성에서 활짝 피어 관심을 모았다.

가시연꽃은 전국 각지의 늪이나 저수지에서 볼 수 있었으나 매립이나 준설로 자생지가 줄고 제초제사용 등 환경오염으로 개체군이 줄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이자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멸종위기식물 217종 중 보존 1순위로 보호받고 있다.

가시연의 자생군락지로 유명한 홍성 역재방죽에서 꽃은 피운 가시연은 수련과(水蓮科 Nymphaeaceae)에 속하는 1년생 수초로 가시연꽃속(-屬 Eruylale)을 이루는 단 하나의 종(種)이다.

씨에서 싹터 나오는 잎은 처음엔 작은 화살 모양이었다가 서서히 커지면서 둥그런 모양을 이룬다. 잎의 지름은 20~120cm이나 더러 2m에 이르기도 해 국내 자생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자랑한다. 가시가 달린 잎자루가 잎 한가운데에 달려있는 것도 이채롭다.

발아조건이나 생육환경 범위가 다른 수생식물들보다 매우 제한적인 가시연꽃의 개화된 모습을 보긴 아주 어렵다는 게 식물전문가들 설명이다. 가시연이 흔치 않고 활짝 핀 가시연꽃은 만나기 어려워 ‘백년 만에 피는 꽃’으로도 불린다. ‘그대에게 행운(감사)을’이란 꽃말을 갖고 있어 꽃을 보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1994년 가시연꽃의 자생군락지로 확인된 홍성 역재방죽은 환경변화로 가시연꽃이 사라졌다가 되살아 이번에 결실을 봤다.


◆희귀·멸종·특산식물 복원요람 ‘유용식물증식센터’, ‘희귀식물 보존전시원’=국립수목원은 희귀·멸종·특산식물들의 복원과 보존, 보호를 위한 시설을 새로 만들거나 보완하고 있다.

올 3월20일 문을 연 경기도 양평의 ‘유용식물증식센터’와 그달 13일 경남 거창 금원산생태수목원 안에 마련된 ‘희귀·특산식물 전시보존원’이 대표적이다.

‘유용식물증식센터’는 2001년부터 외국 36개 기관과 연구협력으로 확보한 학술가치 및 자원잠재력이 높은 식물자원의 안정적인 증식·활용시설의 필요에서 지어진 곳이다. 센터엔 1만4469종류의 국내·외 유용식물자원이 있다.

센터는 나라 안팎의 유용자원식물과 희귀·특산식물은 현지복원을 위한 증식법 개발, 전시원에 적용할 수 있는 식물소재 찾기, 대량증식시스템 개발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 이곳엔 ▲희귀·특산식물온실 ▲아열대식물온실 ▲대량증식온실 ▲온대산림식물온실 ▲난대식물온실 ▲유용성평가실 ▲조직배양실 ▲순화실 ▲환경적응 실험실 ▲보존 및 증식포지가 들어서있다.

식물관리차원을 넘어 한반도 식물다양성 증진·보전능력을 강화한다. 고부가품종소재 개발, 대량증식기술 개발로 공·사립 수목원·식물원, 대학 및 민간 연구소간 공동연구와 활용으로 새 일자리 마련을 통한 농가소득 늘리기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경남 거창에서 완공된 ‘희귀·특산식물 전시보존원’은 생물다양성 현장교육장과 식물유전자원 보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면적은 1500㎡며 희귀식물의 생육환경들을 만들기 위해 암석원, 음지암석원, 습지원, 계류 등이 있다. 보존원엔 경상도지역 자생 희귀·특산식물인 섬현삼, 섬시호, 산개나리 등 80종이 심어져 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기후변화 취약식물과 희귀식물 보전을 위한 전국망을 2009년부터 가동 중인 국립수목원은 현지외(ex-situ) 보존원 6곳을 만들었고 2019년까지 10곳을 조성한다.

현재 ▲경기도 포천(국립수목원) ▲경남(금원산생태수목원, 경남수목원) ▲제주(한라수목원) ▲경북(대구수목원) ▲전남(완도수목원)에 보존원이 있고 ▲충남(금강수목원) ▲전북(대아수목원) ▲충북(미동산수목원)에 생긴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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