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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들소리에 관하여(160)

최종수정 2014.09.20 06:41 기사입력 2014.09.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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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는 국악공연단으로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한국의 신명과 음악적 감수성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다. 올해는 정부의 배려로 종로에 공연장을 얻어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나도 두 차례 객석에 앉아있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경탄과 신명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신명은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며 물결임을 느끼게 해준다. 타악기의 에너지와 속도감, 그리고 다채로운 변화감들은, 막힌 무엇을 뚫어주며 놀이의 원형적 쾌감에 직핍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문득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들소리란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들소리'가 어떤 의미일까. 처음엔 궁궐이나 사대부들의 뜨락에서 즐기는 소리가 아니라, 민초들이 스스로 즐기며 놀았던 '들판의 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꾸밈이 없으면서도 인간 본성을 흔드는 그 소리가 바로 들소리가 아니겠는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낙엽지는 소리, 꽃지는 소리가 모두 들소리이다. 요컨대 자연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들'소리가, 복수접미사인 '들'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무리가 모여서 내는 소리라는 의미를 실어서 말이다. 여기선 여러 사람이 호흡을 맞추고 신명을 교감하고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여럿의 공명 공감이 중요하다. 공연단원'들'의 소리도 중요하지만 객석 청중'들'의 소리 즐김도 중요하다. 소리가 소리를 부르고 소리가 소리를 잇고 소리가 소리와 어울려 큰 공간을 집단자아로 흔들어내는 힘. 그것이 '들'소리 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소리에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구별하거나 우리 민족과 세상 다른 민족을 차별할 필요도 없는, 공유와 나눔의 소리가 된다.

그러다가 문득 '들소리'는 바로 '들어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저혼자 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와 노는 것이기에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들소리가 있으면 날소리도 있으리라. 소리가 들고날면서 마음과 몸을 함께 움직이게 하는 그 활력이, 바로 국악이 외국 음악들과 크게 다른 점인지도 모른다. 신명은 바로 입신(入神)이기에 소리가 들어오는 것은 신명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생각이 이어져서, 그냥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을 들어올리는 들소리가 아닐까 싶어졌다. 어깨춤이 절로 일어나는 것은 음악이 사람을 드는 것이다. 앉은 사람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신체적인 반응 뿐 아니라 마음을 들썩거리는 것 또한 들소리의 핵심이다.

음악은 음악의 입이 있으며 음악의 귀가 있으며 음악의 피부가 있다. 소리는 소리의 정령이 있고 소리의 관계가 있으며 소리만의 친밀이 있다. 들소리는 스스로 소리를 내는 집단이지만 객석의 소리를 듣고싶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사람 속에 끼어들어가 그 심장들이 내는 소리로 진짜 쿵쾅거리는 무대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들소리는 심장과 심장 사이에 오가는 아름다운 내통의 소리일 것이다. 그들의 진가가 세상에 널리 깊이 알려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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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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