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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서울시교육청 '자사고 死活'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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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8개교 지정취소 계획에, 교육부 "법 바꿔 막겠다" vs "교육자치 훼손"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조희연 교육감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이 첫 고비를 맞고 있다. '빈사' 상태의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자사고의 축소·정상화 방침에 교육부가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 취소하려면 먼저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돌연 입법예고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협의를 요청해오더라도 즉시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 내 자사고 14개교 가운데 8곳이 시교육청의 재평가 기준에 미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가 자사고를 '지키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협의'하게 돼 있어, 이를 두고 교육부-교육청 간에 해석을 달리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의견제시 수준으로 교육부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정취소 권한은 최종적으로 교육감에 있다"는 입장인 반면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협의'라는 개념 자체를 (교육청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번 방침은 '협의'보다 한 단계 높은 '동의'로 기준을 고쳐 취소 요건을 한층 명확히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감이 특목고·자사고 등을 지정하거나 취소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과 상관없이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재평가에 대해서는 검토(협의) 자체를 거치지 않고 돌려보내겠다고 밝히면서, 이미 모든 평가를 마치고 8곳의 지정 취소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교육청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번 자사고 재평가 결과를 '검토할 필요도 없이' 반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운 데 대해 교육부는 '이미 완료된 평가를 새 교육감이 지표를 보강해 다시 진행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초기의 평가지표에 따라 학교를 운영해왔을 자사고들에는 '막판에 갑자기 시험범위를 바꾸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표를 추가로 만들어 이미 평가된 사안을 뒤집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문제 역시 서울시교육청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정확히 말하면 '채점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며 "문용린 전 교육감이나 조 교육감 모두 평가 결과에 결재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 자체에 현저한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라고 시교육청은 주장한다. 이 대변인은 "시험 범위가 달라진 게 아니라, 범위는 같은데 '제대로 하지 않은 채점'을 다시 하는 것"이라며 "허술한 기준으로 모두 맞게 처리한 답안지를 정말 맞는 답만 정답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법예고안은 훈령 수준에 불과한 자사고 지정취소에 관한 교육부 장관의 권한을 '시행령'으로 격상시키고, '동의'를 명시함으로써 교육부 스스로 그동안에는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왔음을 인정한 꼴이 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법을 고치면서까지 교육부 권한을 확실히 한다는 건 현행상으로는 교육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임을 인정하는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훈령과 시행령을 고쳐가며 시교육청을 통제하려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부가 '교육자치'라는 헌법정신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0~2014년 시도교육청에 대한 교육부의 명령 등 조치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는 그동안 35개 시도교육청에 모두 21건의 명령 등을 내렸다. 이는 주민직선 교육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 7월1일부터 올해 8월6일까지의 현황으로, 같은 기간 안전행정부의 0건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올해 3건은 모두 새 교육감 취임 이후 취해진 조치들로, 벌써 작년 전체 건수에 육박하고 있다. 정 의원은 "교육부와 안전행정부의 '21대 0' 차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편차로 풀이된다"며 "중앙집권 문화에 안주하면서 시도교육청에 명령을 남발하면 지역의 학생과 주민을 위한 맞춤교육, 창의교육, 혁신교육이 제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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