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포럼 '저자 신장섭 교수의 특별강연, '김우중과의 대화'를 말한다'에 참석했다. 김 전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3월 22일 대우그룹 창립기념행사 이후 17개월 만이다.
하늘색 체크 셔츠에 남색 넥타이 정장 차림의 김 전 회장은 일흔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누구의 부축 없이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입장하자 500여 명에 달하는 전·현직 대우 인들은 기립 박수로 그를 맞았다.
김 전 회장은 "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잘못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일에 연연하자는 게 아니라 역사의 일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그래서 한국경제를 연구하는 신장섭 박사에게 처음 내 얘기를 들려줬다"고 책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신 박사께서는 제가 나눈 대화 중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담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내 얘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이제 저는 미래를 가져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되었다"라며 "남은 인생 동안 마지막 봉사인 '글로벌 YBM'을 통해서 우리 젊은이들이 해외로 뻗어 나가도록 성심껏 도와주려고 한다. 우리가 키우는 젊은이들이 대우 정신을 계승하려고 한다. 여러분이 많이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5분간의 짧은 인사를 끝내고 김 전 회장은 서둘러 단상을 빠져나갔다. 취재진들이 추징금에 대해 입장을 묻자 그는 "나중에 답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온갖 감정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 김 전 회장이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오늘은 그냥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를 태운 검은색 자동차가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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