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도토리를 좋아한다. 돼지가 도토리 꿈을 꾼다는 건 인간의 상상이고, 그런 속담을 근거로 인용하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유럽에서는 도토리를 돼지 사료로 썼다. 장 앙리 파브르는 곤충기에서 도토리를 거두는 광경을 이렇게 전한다. '어느날 마을에서 그 마을 소유 도토리를 수확한다는 북을 치면, 그 마을에서는 온 집안 식구가 동원된다. 아버지는 장대로 가지를 치고, 어머니는 손이 닿는 도토리를 딴다.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걸 줍는다. 들쥐 어치 바구미, 그밖에 많은 동물의 기쁨거리가 된 다음에는 이 수확에서 비계가 얼마나 생길까를 계산하는 삶의 기쁨이 따른다.' (장 앙리 파브르ㆍ파브르곤충기7ㆍ현암사)
도토리 수확으로 비계가 얼마나 생길까 계산한다는 말은 돼지에게 먹일 요량으로 도토리를 수확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도토리로 묵을 해 먹어왔고, 유럽 사람들은 주로 돼지한테 먹인 뒤 돼지고기를 통해 그 영양을 섭취했다. 도토리를 먹여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법은 여전히 활용된다. 스페인 요리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ㆍ건조한 요리인데, 하몽 중에서 도토리를 먹여 기른 돼지의 뒷다리로 가공한 것을 하몽 이베리코라고 부른다. 하몽 이베리코는 일반 하몽보다 맛이 좋아 더 고가에 거래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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