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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연구가 김영수 "중국의 대륙굴기를 통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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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김영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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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종정부청사에 '사기' 열풍이 거세다. 공무원들의 사마천 열풍은 지난 5월부터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강 '사마천, 공직의 길을 묻다'에서 발현, 공무원 필독서로 이어지고 있다. 특강에는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해 매번 만원을 이룬다. 이번 특강은 11월까지 이어진다. 특히 공무원들의 '사마천과 사기' 읽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한중 FTA 협상 등 한중관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국 탐구의 한 방편으로 이해된다.

사마천은 인류 역사상 위대한 역사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2100여년전,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계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사기'를 집필했다. 개인사와 관련해서도 거친 역경을 극복해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도 불린다. 그는 황제 앞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끝내 완성하지 못한 '사기' 집필을 위해 치욕스런 형벌인 궁형을 감내했다. '사기'는 상고시대의 황제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약 3000년의 역사를 다룬 중국 최초의 통사로 '본기', '세가', '열전'을 중심으로 총 130권으로 이뤄져 있다. 사마천은 고난에 굴하지 않고 사기를 집필함으로써 참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마천의 저술은 인간을 읽는 통찰력과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바로미터로 손색 없다.
특강을 맡은 김영수 박사는 중국의 사마천 연구가들도 인정할 정도로 이 분야에 정통한 학자다. 그가 사마천에 빠진 것은 한중관계사 연구가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공부하면서 시작됐다. 김 박사는 "사마천에게서 인간의 길을 알려주는 지식인의 모범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며 "인생의 의미와 처세, 올바른 삶을 일깨운 사마천의 사상은 오늘날 인문학이 가야할 길이도 하다"고 말한다.

"이번 수강자 중에는 한중 FTA와 관련, 농업 분야 담당자도 있었다. 그 분은 FTA에서 우리가 견지해야할 원칙과 방법,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에 대해 조언을 요청해왔다. 이에 의견을 교환했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당시 관련 논의를 위한 자료 제출에 참고가 됐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사마천 특강이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김 박사는 1998년 이래 20여 차례 사마천의 고향인 섬서성 한성시 서촌마을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사마천 역구가, 학자, 후손 등을 만나 토론하고 교류해왔다. 그의 각별한 사마천 사랑에 감복한 중국 학회는 2002년 외국인 최초로 정식회원을 부여했고. 같은 해 사마천 고향인 서촌 마을의 명예 촌민이 됐다. 그는 사마천과 관련한 제사에 참석하는 유일한 외국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사마천 읽기는 단순히 애정에 그치지 않는다. 김 박사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소프트파워 전략의 핵심에 사마천이 있다"며 "사마천의 '사기'를 제대로 읽지 않을 경우 중화주의의 영향과 피해를 입게 된다"고 경고한다. 즉 사마천과 사기가 공자와 마찬가지로 중국사 미화와 왜곡의 근거가 되는 만큼 명확한 개념, 주체적 자세를 갖고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인간학이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실증을 중시한 '사기'는 오늘날 거짓과 표절이 만연한 우리의 학문 풍토에 준엄한 회초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중화주의를 표방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국적인 사상가인 사마천을 잘못 읽으면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최근 국내 사마천 연구가들과 '사마천 학회' 결성을 준비중이다. 곧 발족이 완료되는대로 사마천 대중화와 바로 알기 활동을 펼 계획이다. 김 박사는 20여년동안 사기 연구를 통해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왕의 서재 출간)를 비롯, '사기의 인간경영법', '성찰',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지혜로 읽는 사기' 등 다양한 저술을 펴냈다. 즉 사마천 연구를 현실에 적용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통해 사기 읽기의 새로운 트렌드를 일궈왔다.

"사기와 사마천에 대한 탐구 및 저술은 역사책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기에는 인간이면 누구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죽음, 인생의 깊이를 아는 자만이 구사할 줄 아는 유머,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인 법과 제도, 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부와 부자들,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인간의 면모가 그려져 풍부하고도 다채롭다."

김 박사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사기'만한 텍스트가 없었다"며 "중국이 앞으로 세계 정치경제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만큼 이런 것을 감안해 사마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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