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4000억원 넘어
중단된 계열사 매각 작업 해결해야 숨통 트일 듯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동부제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동부CNI 법정관리설'까지 나돌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이 급한 불은 끈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남아 있는 과제는 산적해 있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과 잠정 중단된 다른 계열사 매각 작업을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돌아올 회사채도 변수다. 이를 막지 못하면 동부화재 등 상대적으로 건실한 금융계열사의 경영권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사는 5일 동부CNI 회사채 만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줄줄이 채권 만기일이 도래한다. 당장 이번 달에 갚아야 할 채권만 해도 동부제철 700억원, 동부CNI 500억원, 동부메탈 300억원, 동부팜한농 7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채권의 총 규모는 4244억원으로 매달 갚아야 할 규모가 수백억원이다.
채권단은 자금 지원을 해 줄 의향을 내비치고 있지만 동부그룹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난제가 있다. 채권단이 알짜인 금융계열사 내 동부일가 지분을 담보로 잡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기존 구조조정 계획안에 담겨 있던 자신의 사재를 동부제철이 아닌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압박이 심해졌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은 "김 회장은 동부화재에 대한 아들의 지분이 본인과 상관이 없다면서 채권단에 담보제공을 거부하고 있지만 아들 남호씨가 자수성가한 사업가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는 서로 완전히 분리된 구조인 데다 동부그룹 전체를 채권단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남호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14.06%로 최악의 경우 동부일가는 최대주주 지위를 잃고 경영진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매각작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채권단의 압박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동부그룹은 비금융계열사의 연쇄적 워크아웃ㆍ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금융계열사 지분 담보 중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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