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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3-② 의사당 최초 설계案엔 돔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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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둘러보고온 의원들이 주장해 1000t짜리 올려
청와대 요구에 5층서 6층으로


국회의사당 1차 기본 설계안.(출처: 안영배 건축가)

국회의사당 1차 기본 설계안.(출처: 안영배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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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현재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최초 설계 당시와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당초 5층으로 설계된 의사당은 중앙청사보다 한 층 높은 6층으로 변경됐다. 또 1000t가량의 육중한 돔이 의사당 꼭대기에 얹어졌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설계가 변경된 것이다.
"국회의사당을 볼 때마다 '더 낮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당시 정치권의 입김이 설계자의 재량을 위축시켰다는 점이 참으로 괴로웠다."

서울 청담동의 도성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안영배 건축가(82)는 "더 낮았어야 하는데"라며 인터뷰 내내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6층으로 높아진 것을 아쉬워했다. 국회의사당이 지금의 모습보다 낮았더라면 더 안정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 의사당 건립을 위해 국회사무처는 설계를 일반공모와 지명공모로 나눠 진행했다. 안 건축가는 일반공모를 통해 뽑혔다. 일반공모 건축가들은 당시 원로격으로 지명된 김정수·이광노·김중업 건축가와 공동설계팀으로 꾸려졌다.
안 건축가는 "어차피 일반공모를 통해 뽑힌 밑그림만으로 국회의사당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공모를 통해 우수작을 낸 건축가를 선발해 지명설계자와 함께 공동설계팀을 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설계팀을 꾸리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대한건축사협회는 1968년 발행된 건축사(3권 8호)에 '의혹 짙은 국회의사당 신축설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회의사당 신축 계획 설계안 공모는 한마디로 말해 한심하다. 형식에도 못 미치는 일을 왜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협회는 이듬해에도 '국회의사당 신축설계 용역계약 시정'을 건의했다. 의사당 설계 용역계약을 등록된 건축사가 아닌 대학교수 등과 체결한 것은 건축사법(제23조)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건축사와 신축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 같은 논란에 당시 서울대에 재직 중이던 안 건축가는 서울대에 사표를 냈다.

4명으로 구성된 공동설계팀이 꾸려졌지만 이들의 설계안은 번번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신문회관(현 프레스센터)에 설계도면을 전시했을 때였다. 공개된 의사당 설계도는 현재 국회의사당보다 좌우로 더 길고 낮은 모양이었다.

돔도 없었다. 이 도면을 본 국회의원들이 '왜 돔이 없느냐'며 한마디씩 했다. 앞서 국회의원 일부는 미국과 유럽 등의 의사당을 둘러보고 왔다. 의원들은 돔이 우뚝 솟은 미국의 의사당처럼 우리 의사당에도 돔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네상스 건축에서 돔은 종교적 혹은 정치적 권력을 상징한다.

안 건축가는 "당시 의원들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권위도 있어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돔을 지붕에 얹자고 했다"며 "하지만 이 양식은 20세기 초에나 통하는 옛날 양식이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공동설계팀은 일부러 보기 싫을 정도로 높고 큰 돔을 그려 보여줬다. 내심 '흉물 돔'으로 퇴짜 맞길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를 본 의원들이 되레 흡족해하면서 허사가 됐다. 결국 설계팀은 돔을 최대한 납작하게 얹는 도면을 그렸다. 이번에는 청와대의 최종승인이 문제였다. 당시 청와대 브리핑에 공동설계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층으로 설계된 의사당을 중앙청보다 1층 높여 6층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건축물의 총면적(용적률)은 늘릴 수 없는 탓에 의사당의 길이는 짧아졌다. 의사당이 높아지자 낮게 설계했던 돔이 밑에서 잘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돔 아랫부분만 1층을 높여 돔도 높이고 6층을 만들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총 6층 건물에 돔의 크기도 두 배가량 높이기로 했다.

안 건축가는 설계 변경 탓에 건축학적인 측면에서 국회의사당의 안정성이 훼손됐다고 봤다. 그는 "면적을 늘리지 않고 5층이 6층이 되니 결국 좁아지고 길어지면서 모양이 이상해졌다"며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양옆에 기둥을 하나씩 더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건축가는 낮은 건물을 지어 안정성과 함께 친밀함을 동시에 꾀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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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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