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공공기관들이 변화에 나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혁신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 또는 혁신이란 과제는 어제 오늘의 화두가 아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포장만 바꿨을 뿐 내용은 비슷한 주문을 반복했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진보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공공기관의 정상화 카드를 끄집어냈다. 공공기관의 변화에 대한 경제ㆍ사회적인 요구도 뒤따랐다. 일부 기관은 '신의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원전 비리 등의 밑바탕에는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와 획일화된 조직, 무사안일한 조직문화 등이 깔려 있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공공기관 개혁은 속도를 더했다. 공공기관에 있어 '정상화'라는 의미를 따져보면 '공공기관이 국민, 수요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올 들어 각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원가의식, 목표의식을 가질 것을 특별 주문하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서 마인드를 바꿔야만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은 방만 경영의 불명예를 없애기 위해 부채 감축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고 빚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야말로 공공기관이 지속적으로 추구할 가치로 추진되고 있다.
명예 회복에 나선 공공기관들의 노력들, 특히 각 기관들의 모범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기업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영국의 브랜드파이낸스는 올해 초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 (사장 장석효)의 몸값을 36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매겼다. 지난해보다 2000억원 이상 브랜드 가치가 올랐다는 평가였다. 이는 가스공사가 국내외 투자를 늘리면서 몸집을 키운 것도 하나의 배경이지만 그만큼 해외에서 가스공사의 브랜드 경쟁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채 감축은 크게 사업 조정과 자산 매각, 경비 절감, 신규 자본 확충을 통해 추진한다. 이 중 사업 조정으로 2017년까지 약 8조2000억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부채 감축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국내외 자산을 매각해 8000억원 상당을 조달할 예정이다. 신규 자본 확충을 위한 신종 자본증권 발행(7500억원)과 해외 자원개발 펀드 유치(4000억원)는 조기에 추진한다. 가스공사는 이러한 부채 감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무개선 특별위원회를 두고 위원회 과반수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자문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복리후생 제도를 정비 중이다. 올해 가스공사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352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비와 단체보험 지원을 없애고 퇴직자 기념품도 축소하는 등 복리후생 운영을 개선한 결과다. 퇴직금 가산제, 유가족 특별 채용, 업무 재해 자체 보상 등 규정상으론 존재했지만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았던 조항도 아예 폐지했다. 휴가와 휴직은 공무원 규정을 적용한다.
가스공사는 이 같은 경영 효율화 추진 실적을 공시와 정보공개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공공데이터 개방비율을 2016년에는 75%까지 늘리기로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핵심 역량과 연계한 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며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재평가해 내실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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