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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上과 下 서로 책임 떠넘겨

최종수정 2014.06.17 11:12 기사입력 2014.06.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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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ㆍ선거관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원장과 그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직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구성원이라고 보기 힘든 졸렬한 행태에 많은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6일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공판은 피고인 신문으로 진행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공판이 시작된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문에 임하며 공소사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검찰이 묻는 구체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선 증인으로 나왔던 국정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이어지는 신문에는 "정치개입이나 선거관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관련 혐의를 전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해온 문건인 '원장님 지시ㆍ강조말씀'(부서장 회의 내용)에 대해선 "직원이 작성한 내용을 읽은 것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원 전 원장은 "내용을 일부 추가해서 전달하긴 했지만 대부분 밑에서 직원들이 써준 대로 읽은 것"이라며 "발언 내용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 어느 부서에서 어떻게 일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문서가 내부망에 게시된 사실도 퇴임 직전인 지난해 3월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고도 진술했다. '원장님 지시ㆍ강조말씀'은 국정원 간부 30~40명이 참석하는 부서장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이 한 정치적 발언 등을 정리해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하고 직원들이 공유한 문건이다. 검찰은 이를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원 전 원장은 또 직원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앞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뒤집었다. 직원들은 윗선에서 하달된 '이슈 및 논지'에 따라 댓글활동이나 트위터활동을 했고 업무보고서를 준비해서 올리면 윗선에 전달됐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원장이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이 같은 원 전 원장의 법정진술을 두고 SNS 상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을 국정원장이 몰랐다면 대체 누가 안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다른 SNS 사용자도 "증거가 명백히 있는데도 발뺌을 하다니 국민이 우습나"라고 비판했다.

1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국정원 사건 공판은 오는 30일 심리가 종결되며 다음 달 안에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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