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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의 기적'과 '승자의 저주'‥그 차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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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도박판의 위대한 타짜들도 의외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을 신봉한다. 일류 골프선수의 성공적인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는 신체적 기술 이상으로 '멘탈'이 작용한다. 소위 '운빨'이나 '멘탈'이 결정(선택)의 순간에 성공확률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즉 승자의 영역인 '운빨'은 사람의 노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졌을 때 힘을 발휘한다.

말하자면 허황돼 보이기까지 한, 통제 불가능한 요소인 '운빨', '멘탈'이 올바른 결정의 열쇠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조언과 방법론도 매순간, 어느 것이 옳은 결정인 지를 제대로 판별해주지 못 한다. 또한 학문의 진보조차 여전히 중요하고 복잡한 결정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두개의 사례를 살펴 보자. 이 안에는 결정의 수많은 요소와 차이가 내재돼 있다.
# 2009년 1월15일 노스캐롤라이나행 US에어웨이즈 1549편 A320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지 2분만에 '버드 스트라이크'(새떼와의 충돌)를 일으켜 엔진이 모두 고장났다. 동력이 사라져 어느 공항으로도 착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체슬리 슬렌버거 기장은 얼어붙은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 후 관제탑에 구조대 급파를 요청했다. 이는 사고 후 2분내에 내린 결정이었다. 체슬리 기장은 마천루가 즐비한 맨하탄을 우회해 강을 따라 고도를 낮추고, 신경을 집중해 허드슨 강에 무사히 불시착했다. 사고부터 불시착까지 무동력 상태로 총 6분이 걸렸다. 그리고 뒷쪽 비상구 두개를 열지 않아 기체가 가라앉는 시간을 늦췄다. 그동안 승객들은 앞쪽 비상구를 빠져 나와 여객기 날개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여객기 동체가 창문 높이까지 잠길 무렵 구조선이 당도하고 탑승객 155명 전원이 구조됐다. 헤슬리 기장은 탑승객과 승무원이 탈출한 다음 기내를 확인하고 맨 마지막 구조선에 올랐다. 이 사건은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용기와 결단의 대명사로 회자된다.

# 1950년대 미국 애틀랜틱 정유회사는 멕시코만의 석유 채취에 대한 몇몇 경매에서 시추권을 따냈다. 이후 이 회사는 시추권 임대차 계약을 검토한 결과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경매 과정의 문제를 유심히 살펴본 지구물리학자 에드 카펜은 경매 과정에 은밀하고 위험한 역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다수의 입찰자가 비밀입찰을 하게 돼 낙찰가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걸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카펜은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명명했으며 오랫동안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이 됐다. 우리는 잘못된 결정에 대해 대체로 여기까지만 알고 그 후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애틀랜틱은 어찌 됐을까 ? 과도한 입찰가의 위험을 간파한 회사는 즉각적으로 예방조치를 내렸다. 각 부서는 입찰가를 적게 잡고, 지구물리학자들에게는 매장량 추정을, 지질학자에겐 시추 성공률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승자의 저주 시즌 2'는 더욱 잔혹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조치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입찰을 따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됨으로써 '승자의 저주'는 또다른 후유증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평소 그릇된 의사 결정과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행을 종종 목격한다. 위기의 순간, 홀로 탈출해 수많은 목숨을 잃게 한 세월호 선장이 한 예다.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 - 모두를 살리는 선택의 비밀'의 저자 필 로젠츠바이크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스위스 로잔 소재) 교수는 "갖가지 결정의 기술과 방법론이 사실은 올바른 결정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성공한 결정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와 배짱에서 비롯된다는 의견이다. 필 교수는 이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데이터로 제시해 더욱 충격적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과학적 사실과는 정반대 논리다. 저자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이 올바른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파한다. 즉 현실을 왜곡할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과거 선택과 판단에 관한 요소들이 '경쟁'이라는 부분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결정에 해로운 요인들로 꼽힌 '확증', '과신', '기저율 무시', '위치 상향 인식', '과대 평가' 등의 편향이 결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요인들은 도박판의 '운빨'과도 같다. 여기에 의지와 노력,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더해질 경우 실제 놀라운 성과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연구들이 성공을 이끄는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까닭에 제대로 된 결정 모델을 만들지 못 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는 필 교수가 내로라하는 리더들 옆에서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살펴본 결과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논리가 빈틈 없고 실증적 데이터도 풍부한데다 저자가 '세계적인 경영학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의견들이다.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하다.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김상겸 옮김/엘도라도 출간/값 1만75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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