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허황돼 보이기까지 한, 통제 불가능한 요소인 '운빨', '멘탈'이 올바른 결정의 열쇠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조언과 방법론도 매순간, 어느 것이 옳은 결정인 지를 제대로 판별해주지 못 한다. 또한 학문의 진보조차 여전히 중요하고 복잡한 결정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두개의 사례를 살펴 보자. 이 안에는 결정의 수많은 요소와 차이가 내재돼 있다.
# 1950년대 미국 애틀랜틱 정유회사는 멕시코만의 석유 채취에 대한 몇몇 경매에서 시추권을 따냈다. 이후 이 회사는 시추권 임대차 계약을 검토한 결과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경매 과정의 문제를 유심히 살펴본 지구물리학자 에드 카펜은 경매 과정에 은밀하고 위험한 역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다수의 입찰자가 비밀입찰을 하게 돼 낙찰가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걸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카펜은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명명했으며 오랫동안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이 됐다. 우리는 잘못된 결정에 대해 대체로 여기까지만 알고 그 후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애틀랜틱은 어찌 됐을까 ? 과도한 입찰가의 위험을 간파한 회사는 즉각적으로 예방조치를 내렸다. 각 부서는 입찰가를 적게 잡고, 지구물리학자들에게는 매장량 추정을, 지질학자에겐 시추 성공률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승자의 저주 시즌 2'는 더욱 잔혹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조치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입찰을 따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됨으로써 '승자의 저주'는 또다른 후유증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평소 그릇된 의사 결정과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행을 종종 목격한다. 위기의 순간, 홀로 탈출해 수많은 목숨을 잃게 한 세월호 선장이 한 예다.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 - 모두를 살리는 선택의 비밀'의 저자 필 로젠츠바이크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스위스 로잔 소재) 교수는 "갖가지 결정의 기술과 방법론이 사실은 올바른 결정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결정에 해로운 요인들로 꼽힌 '확증', '과신', '기저율 무시', '위치 상향 인식', '과대 평가' 등의 편향이 결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요인들은 도박판의 '운빨'과도 같다. 여기에 의지와 노력,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더해질 경우 실제 놀라운 성과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연구들이 성공을 이끄는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까닭에 제대로 된 결정 모델을 만들지 못 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는 필 교수가 내로라하는 리더들 옆에서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살펴본 결과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논리가 빈틈 없고 실증적 데이터도 풍부한데다 저자가 '세계적인 경영학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의견들이다.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하다.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김상겸 옮김/엘도라도 출간/값 1만75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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