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박지성(33)은 14일 은퇴를 선언하면서 "해외에서 쉬며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겠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와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렇기에 그의 인생 2막이 궁금하다. 어떤 형태든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 축구 외교관
박지성이 "은퇴한 뒤 행정가로 일하고 싶다"고 한 지 오래 되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운영하고 있는 마스터 코스에 도전할 수도 있다. FIFA 마스터 코스는 2010년 국제스포츠연구센터가 만든 스포츠 행정가 육성 제도다. 스포츠와 관련된 마케팅, 법률(규정), 인문학 등 세 분야에 걸쳐 매년 9월부터 1년 단위로 교육을 한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에 있는 대학에서 30명 정원의 소수정예 방식으로 인재를 육성한다. 한국 선수 출신 가운데 김주성 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48)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 유소년 육성
박지성은 선수 시절 유소년 육성에 큰 관심을 가졌다. 2010년 7월 24일 자신의 이름을 딴 유소년 축구센터를 건립하고 이듬해 7월부터 1년마다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동남아시아 꿈나무 지원을 위해 축구 스타들과 함께 매년 자선 경기도 한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라는 논문으로 모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도 이수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즐기고 학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뜻에서 중국ㆍ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유소년들을 한데 묶어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승부를 떠나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축구 꿈나무와 함께라면 그라운드와의 인연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지성은 "은퇴 이후에도 유소년 육성에 관심을 갖고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 지도자
본인은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예비 지도자로서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산이다. 국가대표로 100경기를 뛴 경험이 있고 거스 히딩크(68), 알렉스 퍼거슨(73) 등 세계적인 명장의 인정을 받았다. 경기를 보는 안목은 물론 팀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선진 노하우를 체득했다. 명성만으로도 선수단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이사장은 "박지성이 지도자가 된다면 '덕장(德將)'의 자질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상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감독의 모습이다. 박지성은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아 차분한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박항서 상주 감독(55)은 박지성의 장점으로 "상대방과 대화하는데 진실성이 있고, 책임감도 뛰어나다"고 했다.
월드컵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엘리트 선수 출신 축구 해설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2002년 4강 주역인 안정환(38), 송종국(36), 이영표(37)도 해설위원으로서 입심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후배들을 너무 비판할 것 같다"며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박지성도 탐나는 후보이자 매력적인 흥행 카드다. 유럽 축구와 선수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고, 큰 경기를 많이 뛰어 전술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의사 표현도 장점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20w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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