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상영회 개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융 감독은 전 세계 80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 중에서 수상 기록만 23개에 달한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화지만 막상 국내 개봉을 앞두고 융 감독은 문득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영화에서 한국에 대해 밝게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로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심판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여기 한국에 살고 있는 진짜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융 감독은 말한다.
영화는 '융'이 벨기에 가정에 들어가 성장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반항기 가득하고 장난꾸러기였던 '융'은 양어머니에게 '썩은 사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자기보다 늦게 입양된 또 다른 한국인 여동생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속을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늘 두려워한다. '왜 우리 부모는 한국애를 입양했을까', '내 동생은 나를 친오빠로, 가족으로 여길까', '한국인들은 나를 한국인으로 볼까'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이 성장기의 융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이런 고민 끝에 끝내 '융'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럽인도 한국인도 아닌 모습이 아니라 '유럽인이자 한국인'으로서의 모습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융 감독은 "영화 끝 부분에 양어머니와 생물학적 어머니, 두 분에게 존경을 보이고 싶었다. 이 두 분에게 오마주를 보낸다는 것은 유럽인과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연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이다. 양어머니와 가족들은 이 영화를 보고 '고맙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입양을 끝내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