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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부색깔=꿀색' 전정식 감독 "나를 버린 한국, 사랑합니다"

최종수정 2014.04.30 12:10 기사입력 2014.04.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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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상영회 개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1970년, 다섯살 짜리 한 한국인 꼬마 아이가 지구 반대편 벨기에로 입양됐다. 당시 입양서류에는 이 아이의 이름과 함께 '피부색깔은 꿀색'이라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새 가족을 만난 꼬마의 이름도 '정식(Jungsik)'에서 '융(Jung)'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40여년이 훌쩍 지나 중년이 돼 고국을 찾은 전정식, 아니 융 감독(49)은 한국인들에게 영화 한 편을 선사했다. 영화의 제목은 '피부색깔=꿀색'이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융 감독은 전 세계 80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 중에서 수상 기록만 23개에 달한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화지만 막상 국내 개봉을 앞두고 융 감독은 문득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영화에서 한국에 대해 밝게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로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심판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여기 한국에 살고 있는 진짜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융 감독은 말한다.
29일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융 감독은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부터 꺼냈다. 1965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 그는 다섯살 되던 무렵, 서울 남대문시장에 버려진 채 발견돼 홀트아동복지회로 가게 됐다. 이후 벨기에로 입양돼 양부모와 형제자매들과 지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인도 아닌, 유럽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는 한국에 대해 화가 나있었다.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가에 대해 아프고 슬펐다"면서 "태어난 나라를 부정하고 지내는 동안 내가 불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국 내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부색깔=꿀색

피부색깔=꿀색


영화는 '융'이 벨기에 가정에 들어가 성장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반항기 가득하고 장난꾸러기였던 '융'은 양어머니에게 '썩은 사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자기보다 늦게 입양된 또 다른 한국인 여동생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속을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늘 두려워한다. '왜 우리 부모는 한국애를 입양했을까', '내 동생은 나를 친오빠로, 가족으로 여길까', '한국인들은 나를 한국인으로 볼까'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이 성장기의 융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이런 고민 끝에 끝내 '융'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럽인도 한국인도 아닌 모습이 아니라 '유럽인이자 한국인'으로서의 모습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융 감독은 "영화 끝 부분에 양어머니와 생물학적 어머니, 두 분에게 존경을 보이고 싶었다. 이 두 분에게 오마주를 보낸다는 것은 유럽인과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연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이다. 양어머니와 가족들은 이 영화를 보고 '고맙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입양을 끝내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영화는 5월11일 입양의 날을 앞두고 5월8일 개봉한다. 또 5월16일에는 '세계 입양인의 날'을 기념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상영회도 열린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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