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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물건이 말한다, 기억하라고'…아오노 후미아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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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인해 손상된 테이블 위 마모된 바닥재 문양을 복원해 붙인 작품들.

쓰나미로 인해 손상된 테이블 위 마모된 바닥재 문양을 복원해 붙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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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후 미야기현(縣) 이시노마키시(市)에서 수집된 빨간 간판의 복원. 2013년.

동일본 대지진 후 미야기현(縣) 이시노마키시(市)에서 수집된 빨간 간판의 복원.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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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자연재해와 인재가 동시에 휩쓸고 간 폐허에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만 즐비하다. 집은 부서지고 지붕은 날라 갔다. 사람이 딛고 서 있던 바닥재는 일부만 남았다. 문짝이나 수납장도 심하게 찌그러졌다. 벽에 걸어둔 사진들도 찢겼다.

상처 난 물건들은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일부분이 복원되고 원형의 모습과 닮은 형태로 재생된 설치작품이 됐다. 깨진 바닥타일은 문양대로 확장하고 이를 손상된 테이블 위에 붙였다.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찢긴 사진도 그 원형을 추정해 되살렸다. 수납장과 간판, 일부가구들은 서로 이어 붙였다. 부서지고 파괴된 삶의 흔적들은 이렇게 '환생'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당시의 대형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자신들을 짓이긴 인간의 문명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듯하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46)가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가 가장 컸던 센다이에서 발견한 물건들이 다시 복원돼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 간 다양한 장소에서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재생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일상적인 사물을 수집해 인간의 '행위성'을 드러내는 작업 방식은 최근까지 한국에 소개된 일본 현대미술의 주류인 '재팬팝(Japan Pop)' 계열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동안 그는 국제적으로도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난해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뽑히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치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번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전역에서 열리는 국제미술제다.

작가는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이었던 미야코 현에 처가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남아있던 마룻바닥의 장판을 가져다가 테이블 위에 붙인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각각의 집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삶의 역사가 재해로 인해 바닥만 남아 있는 상태였고, 테이블로 만들어 일상에서 잊지 않고 살아가자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이런 활동들이 꽤나 오래돼 왔다는 사실은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산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녹슨 자동차 본네트를 주워와 잘려나간 부분을 다시 이어붙여 작업한 자동차 설치작품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고장나고 녹슨 형상을 그대로 남겨놓으면서도 기존의 오브제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데 작품의 의미가 있다"며 "과거의 오브제를 통해 만들어낸 이 작업은 사회 복구에 대한 시사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환생, 쓰나미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번 전시를 위해 최근 방한한 작가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언급하며 "나도 아이가 있어 마음이 무겁고 슬픈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숙연하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당초 예정됐던 이번 전시의 오프닝과 부대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오는 6월 1일까지. 02-541-5701.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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