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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낀 터키 경제, 제2의 외환위기 그림자

최종수정 2014.04.11 13:02 기사입력 2014.04.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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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은행권 부실에 2001년 경제혼란 재현 가능성

터키 민간대출 규모 변화

터키 민간대출 규모 변화

달러·리라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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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001년 터키 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다시 찾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실각 위기에 놓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지방선거 압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정경유착과 은행권 부실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강도 높은 경제개혁이 없으면 터키가 제2·제3의 외환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후반부터 터키 정국을 강타한 각종 비리 사건에 정치인과 함께 등장하는 단골이 있다. 바로 터키 국영 은행 관계자들이다. 은행의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은 뇌물수수, 비리, 비자금 조성 등 다양하다.

장관 3명의 아들과 함께 비리 혐의로 체포된 인사들 가운데 터키 국영 은행 할크의 슐레이만 아슬란 행장도 있다. 그는 금 수출과 관련해 대(對)이란 불법 자금거래의 대가로 450만달러(약 46억7000만원)를 뇌물로 챙겼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공개된 녹음 파일들 중 터키 최대 국영 은행 지라트의 후세인 아이딘 행장이 에르도안 측근의 기업에 불법 대출을 지시한 내용도 들어 있다.
터키의 국영 은행은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서 이들이 강한 유착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은행은 각종 불법 거래와 무리한 대출로 실세들에게 돈을 대주고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5월 현재 터키에는 은행 49곳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3대 국영 은행 할크·지라트·바키프의 자산이 전체 은행권의 40%를 차지한다. 지점 수와 대출 규모에서도 이들 은행은 3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정부 지원 덕에 방만한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부실은 2001년 터키에 외환위기를 몰고 온 주요 원인이다. 터키 정부는 2001년 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제공과 함께 공공 부문 민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를 외치며 2002년 들어선 에르도안 정부의 집권 기간 중 평균 경제성장률은 7.3%다. 1990년대 70%까지 치솟았던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8%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외적 성장의 후유증으로 신용버블, 핫머니 유입, 부채 확대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터키의 민간 부문 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33%에서 지난해 67%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외채는 GDP의 47%인 372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7%로 2001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다. 소비 붐에 따른 터키 국민의 신용카드 빚은 2010년 이후 지난해 중반까지 77%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알리사 그르젤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터키가 경제개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정치권과 결탁했던 기업의 도산이 은행 위기로 이어진 2001년 시나리오가 재현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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