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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스트레스, '감정노동'보다 훨씬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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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프리즘㈜ 주최 실직자 마음건강 캠페인 참석자 분석 결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내가 일궈놓은 곳에서 추방당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쉬고 있으니 죄 짓는 느낌도 들고, 무직이라는 건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 겉은 웃고 있지만 속은 썩은 듯 하다. 실직을 새로운 선택이라 포장하니 내가 이중인격자 같다.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티며 착취 당한 바보스러운 세월, 내가 나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 4일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대표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이 개최한 '2014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 제7차 - 실직자편'에 참가한 실직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40여명은 실직과정에서 경험한 서로의 심리적 내상을 바로 보고 함께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실직에 대해 "부당한 대우 때문에 상실되어가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기억하면서도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원인을 결국 자신 안에서 찾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실직으로 인한 상실감을 주위의 시선 때문에 내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으며 더욱 극심한 자존감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마인드프리즘 측이 참가자들이 써낸 '내마음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타인에 대한 의심이 많고 진솔한 관계 맺기가 어려운 '대인예민성'과 부정적인 단점에 치우쳐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반추' 성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마인드프리즘 측은 "이 그룹은 심한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낄 수 있으며, 주위 사람들의 의도나 동기를 마음속으로 곱씹고 부정적인 가능성을 더욱 증폭하는 등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늘 긴장하며 주변 환경을 두려워하고 거리를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적극적인 관리를 요하는 '경고(평균40.6)'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직장인 평균 대비 17점 이상 높은 점수다. 앞서 이 캠페인에 참가했던 감정노동자그룹(콜센터 등 서비스직군)의 경우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우울지표 결과 역시 심각했다. 평균점수가 우울한 감정(56.9)>비관적 사고(56.5)>의욕저하(53.2)>자기비하(52.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우울한 감정' 평균 점수(56.9)가 일반 직장인 평균 점수(45.9)를 크게 상회해 퇴사 전후로 심한 불안, 분노, 우울 등 정서적 불편감에 시달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마인드프리즘 측의 분석이었다.

공개상담실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괴롭다" 며, 이러한 상황과 위기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찾으면서 자책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과거의 나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도 자책했다.

정혜신 대표는 이에 대해 "사람이 본질적으로 자신한테 화가 나는 건 99.9% 잘못된 것이다" 라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 무직상태를 지속하다 보면, 자칫 실직한 자신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실직자들은 실직하는 과정에서 내상을 입고 누구보다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스스로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인식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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