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막는 님비? 국가는 ‘소송’으로 해결
대법 “안양시, 정부 ‘교도소 재건축’ 협의 응해야”…국책사업 분쟁상황, 소송통한 해결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국가가 주민들이 꺼려하는 시설물을 짓고자 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협의’ 거부로 국책사업이 저지될 경우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국가가 안양시장을 상대로 낸 건축협의 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건축허가 및 이에 준하는 건축협의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며, 국가의 협의 요청을 거부한 피고의 조치가 행정소송 대상이라고 본 원심 판단에는 위법이 없다”고 판결했다. 건축협의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안양교도소 시설 노후의 문제점이 이어지자 ‘재건축’을 준비했고 재건축부지 29.1%에 주민체육시설을 짓겠다는 내용의 재건축 설계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정부의 재건축 협의 요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고, 정부는 2011년 7월18일 소송을 제기했다.
안양시는 안양교도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재건축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안양교도소 재건축은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뜻이 중요했는데, 안양시가 재건축 협의를 거부하면서 정부가 해결 방안으로 소송을 선택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건축허가사무 또는 건축협의에 관한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인지, 이러한 사무가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대한민국이 안양시장의 건축협의 불가통보를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이다.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구 건축법에 따르면 국가가 건축물을 건축하려고 해도 소재지를 관할하는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하도록 돼 있고, 협의를 마쳐야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마치지 않는다면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가가 쓰레기장, 핵폐기장 등 주민 기피 시설을 건축하려 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건축협의 거부 때문에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허가권자의 건축협의 불가처분을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에 의미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반대 등 여러 이유로 국가의 공용건축물에 관한 건축협의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데, 국가에 취소소송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법적 수단을 인정함으로써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부당하게 국책사업 등이 저지되는 분쟁상황을 소송절차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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