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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에이즈 환자가 된 '텍사스 마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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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매튜 맥커너히 20kg 감량한 혼신의 연기..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주말엔 영화]에이즈 환자가 된 '텍사스 마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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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탕! 소리와 함께 경기장에 들어선 소는 미쳐 날뛰고, 소 위에 올라탄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는 안간힘을 쓰고 버틴다. 1초, 2초, 3초...채 5초도 못 버티고 남자는 굴러 떨어진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텍사스 사나이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자신의 인생이 소에 올라타서 버티는 그 순간만큼이나 짧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술과 마약, 여자와 로데오로 하루하루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방탕하게 살던 전기기술자 '론'은 한 마디로 '텍사스 마초'다.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의 미남 배우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1985년, 론은 노골적으로 동성애자를 혐오하며, 동료들과도 '호모'에 대해 욕지거리를 나눈다. 하지만 전형적인 백인 보수주의자인 그가 병원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이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그 병에 걸리게 된 것인가. 론은 도서관을 찾아 에이즈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머릿속에는 흥청망청했던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30일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다. 론은 임상실험 단계에 있는 'AZT'라는 치료약을 빼돌려 복용하지만 별다른 효과도 보지 못한다.

론은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 죽어도 괘념치 않을 것 같던 얼굴에서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에이즈 판정을 받고나서부터다. 우연히 알게 된 정보를 따라 멕시코로 건너간 론은 그곳에서 단백질이나 비타민, 필수지방산 등 인체면역력을 높이는 식약품들을 건네받고 효과를 본다. 하지만 이 약들은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해 미국 내에서는 유통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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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은 계산이 빠르고, 사업가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즉각 이 약들을 미국으로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하고, 동성애자 레이언(자레드 레토)과 함께 회원제로 운영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하지만 FDA가 이들을 가만 둘리 만무하다. 정부의 단속이 시작되면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도 위기에 처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우리는 한 남자에게 나타난 변화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엿보게 된다. 이것은 주인공 '론'의 변화이자, '론'을 연기한 배우 '매튜 맥커너히'의 변화이기도 하다. 구제불능의 탕아였던 마초 '론'이 동성애자들과 손잡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끝내 론이 FDA와 맞서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은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그 동성애자들을 친구로, 동료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다. 이때에서야 거울에 비친 깡마른 모습의 자신의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짓는다.

'론'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매튜 맥커너히는 그동안 우리가 이 미남배우에게 가졌던 편견을 말끔하게 씻어내 준다. 20kg이나 감량한 앙상한 얼굴과 뼈만 남은 몸, 카우보이 모자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그의 연기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놀랍다. 물론 트랜스젠더이자 론의 동료 레이언을 연기한 자레드 레토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론이 마트에서 여장 차림의 레이언을 놀리는 자신의 옛 동료를 제압하던 장면과 그런 론을 흠칫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레이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세상이 등 돌린 론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7년을 더 살았다. 오히려 에이즈 판정을 받은 이후 론은 제대로 삶을 느끼고, 즐기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어차피 인생은 로데오 경기가 진행되는 그 순간처럼 누구에게나 짧기 마련이다. 권력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면서도 론은 말한다. "인생을 즐겨라. 한 번밖에 없으니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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