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도시기획가 김병수 "도시에 대한 즐거운 상상 나누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유교 경전 읊는 소리가 낭낭할 듯한 '향교', 그런 전통적이고 엄숙한 공간에서 갓 쓴 어르신들과 더불어 인디밴드 공연을 펼친다면 어떨까 ?도시도 사람처럼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도시의 생성, 발전, 소멸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문화의 충돌과 갈등 혹은 소통, 공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욕망도 엿보인다. 도시의 층위에는 숱한 기록이 존재한다. 유적과 유물은 물론 전봇대나 신호등에 붙어 있는 홍보전단지조차 도시의 기록물이다.
그 기록들, 즉 도시속에 내재된 역사, 문화와의 소통을 꾀하는 이가 있다. 사회적 기업 성공 모델로 손꼽히는 '이음' 전 대표 '김병수'씨(사진)다. 그는 막걸리동창회를 구성, 이곳저곳 제조법을 전파하러 발품을 팔기도 하고 향교의 어른들과 '향교문화사업단'을 만들어 공연, 전시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도시는 기억속에서 나온다. 이익을 좇다 보면 삶의 기억, 생각을 잃는다. 도시는 하나의 공동체 마을이다. 오늘날 공단이나 주거지 등 기능적으로 분리하고, 도시속의 기억을 인멸해 왔다. 도시기획가는 도시 공간에 쓰여 있는 다양한 표정과 흔적, 기록을 찾아 재생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활동가다."
이처럼 김 씨는 도시와 사람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시기획가'이기를 자처한다. 도시기획 작업과 매력이 담긴 책 '도시기획자들', '지역의 재구성', '전주한옥마을자서전' 등 김 씨의 저술에는 도시기획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이번에 내놓은 책 '꽃바람 병수씨'(도서출판 가지 출간)는 살기 좋은 도시를 꿈꿔 오며 틈틈이 기록한 에세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부장)와 서울시 청년 일자리허브 워킹그룹(드렉터)에서 활동하다 2001년 전주로 귀향, 공공문화작업소 '심심'을 결성해 문화사업을 하는 동안의 경험과 생각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김 씨는 귀향 후 지난해 잠시 서울 공덕역 경의선 폐선 부지에 사회경제장터 '늘장'을 꾸리는 총 감독 역할을 제외하고는 줄곧 전주라는 오래된 도시에 주목해 왔다. 요즘도 김 씨는 대기업 매각을 앞둔 전주종합경기장에 시민주도형 사회경제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고 열띤 시민운동을 펼치느라 분주하다.
사회적 기업 '이음'은 2008년 '심심'을 바탕으로 창립한 기업이다. 김 씨는 이음을 경영하며 전주한옥마을 공동체 사업, 마을기업 육성, 전주 동문거리 축제, 창작스튜디오, 재래시장을 현대화하는 남부시장 프로젝트' 및 청년몰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현재 남부시장은 현대화작업 이후 전주에서 관광 코스가 될 만큼 명소로 변모,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있다.
특히 청년몰 프로젝트는 남부시장 프로젝트와 연계, 32명의 청년들이 남부시장 내 빈공간을 활용, 24개 점포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점포 중에는 디자인기업, 공방, 보드게임회사, 멕시코 음식점, 청년잡지사 등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이처럼 김 씨는 전주에 새로운 풍경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활동을 펼쳐 왔다.
이런 활동에 대해 김 씨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결국 도시 공간에 귀착된다"며 "떠들썩하지 않으면서 발랄한 상상과 재미, 삶의 애착이 깃든 공간으로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도시기획가는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며 도시의 미래를 위해 즐거운 실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 '꽃바람 병수씨'는 지역문화기획, 사회적 기업 운영, 시민주도형 문화사업 등을 고민하는 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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