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거래 관행에 맞춰 어느 정도 가격 기준이 형성돼 있는 전세시장과 달리 월세시장은 집주인의 '부르는대로' 가격 구조가 심각하다. 집주인 마음대로 월세를 올려 불렀다가 '너무 비싸다'고 하면 조금 깎아주는 척하다가 나중에 관리비에 얹혀 받는 식이다. 전세 세입자보다 월세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급기야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월세 세입자 주거비용(월세보증금의 정기예금 이자+월세금)이 자가 보유자 주거비용(집값의 정기예금 이자)을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독일에선 주택의 유형ㆍ규모ㆍ점유 형태ㆍ건축연한ㆍ위치 등에 따라 표준화한 임대료 일람표가 주기적으로 발표돼 집주인이나 임차인이 참고하도록 한다. 임차인연맹ㆍ협회와 주택토지 소유자 연맹ㆍ협회, 임차인 보호단체, 주택ㆍ건축ㆍ교통 관련 부서가 함께 임대료 일람표 작성에 참여한다. 임대료 인상률도 물가상승률과 최근 4년간 주택가격 변동을 감안해 상한선을 정한다.
우리나라는 임차인협회나 임대인협회가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주택 규모와 형태, 소재지 등에 따라 월세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민ㆍ소비자 단체 등과 공조해 지역별로 적정 임대료 수준을 공개하면 적어도 집주인이 부르는대로 계약하는 행위는 줄어들 것이다. 전세와 매매 활성화에 맞춰져온 정책과 관심부터 월세로 돌려 월세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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