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갤러리 현대'의 올해 첫 전시회인 '종이에 실린 현대작가의 예술혼' 전은 현대미술을 주도한 화단의 거장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갤러리 현대는 오는 3월9일까지 유명 작가의 종이작품만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를 연다.


여기에는 이중섭, 이인성, 박수근, 박생광, 김종영, 권진규, 이응로, 김환기, 장욱진, 최영림, 천경자, 최욱경, 오윤, 최종태, 김종학, 남관, 한묵, 곽인식, 권영우, 정창섭, 윤형근, 김창열, 서세옥,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김기린, 함섭, 전광영, 신성희 등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근현대 작가 30명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이들의 내공을 한꺼번에 견줘 보는 재미는 아주 특별한 미술 체험일 수 있다.이번에 전시되는 132점의 작품 중에는 종이에 연필, 먹, 수채물감, 과슈(Gouache, 수채화의 일종) 등이 대거 망라된다.


우리는 보통 미술을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개념으로 분류한다. 동양화는 기본적으로 '오일 언 페이퍼'(oil on paper, 지필묵)로, 서양화는 '오일 언 캔버스'(oil on canvas), 즉 유화(油畵)로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연필화, 수채화 등 '오일 언 페이퍼'는 '오일 언 캔버스’보다 저급한 예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단지 종이에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따지고 보면 동양화에도 천에 채색한 것이 있고, 서양화에서도 종이에 그린 연필화와 수채화가 있다.

이런 장르 개념은 유화에 대한 편중된 가치 부여에서 비롯된다. 화가의 작품세계는 모두 종이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대작을 위한 구상 단계, 건축으로 치면 설계도에 해당되며 종이라는 재료 선택이 예술적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종이는 그저 재료의 일종이다. 또한 종이작품은 성격을 달리한 독자적인 장르일 뿐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작가들은 보통 본격적인 대작에 앞서 수많은 연구와 고뇌를 종이 위에 부담없이 쏟아놓으며 자신의 순수한 예술혼을 마음껏 발휘한다"며 " 종이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근현대미술에서 종이는 작가들에게 온갖 생활고에도 유일하게 작품생활을 가능케 했던 매체다. 더욱이 종이 작품에는 작가의 예술혼과 관련한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어 우리 미술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이중섭  '소와 새와 게'. 1954년 작.

이중섭 '소와 새와 게'. 1954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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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적인 예가 이중섭이 은박지 위에 그린 그림' 소와 새와 게'다.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은 삶의 절박함마저 뛰어넘는 예술혼을 보여 준다. 그림 값 대신 물감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처절했던 박수근, 강한 필법과 토속적인 색조미를 느낄 수 있는 이인성의 종이작품에서도 근대 작가들의 고난과 역경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환기, 새와 달, 1958년 작.

김환기, 새와 달, 1958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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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에는 유화가 따라올 수 없는 색채의 투명성이 있다. 박수근은 유화에서 단색톤의 화강암 질감을 추구한 반면 수채화에선 신선하고도 밝은 색감으로 서정성을 표현했다. '과슈의 달인'인 김환기는 불투명 수채 물감으로 선명한 느낌의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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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과슈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권영우, 한묵 등은 물론 이응노, 서세옥 등 동양화가 역시 종이의 질감 활용을 자신의 예술적 목표로 삼기도 했다. 이들은 종이 자체의 물성에 주목해 현대미술의 실험적인 작업들을 끊임없이 시도한 작가들이기도 하다.

박생광, 소춘소하도, 1975년 작.

박생광, 소춘소하도, 1975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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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종이가 예술혼을 쏟아내기에 적합한 재료란 걸 일깨워 준다. 관람객에게는 예술 장르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되새겨볼 기회다.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56년 작.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56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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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수탉, 1960년 작.

이응노, 수탉, 1960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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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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