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통과 위한 노이즈 마케팅 꼼수
제조사 실적내기 장려금 밀어내는 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소비자가 현금을 오히려 돌려받는 '마이너스폰'이 주말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혈전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단속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다 황창규 KT 회장 취임 이후 이통3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제조사는 '단말기 유통법을 노린 이통사들의 노이즈 마케팅'을, 이통사는 '제조사가 장려금을 많이 풀어서'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 것도 이채롭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8~9일) 갤럭시S4 LTE-A 최신 스마트폰(출고가 95만4000원)에 120만원 보조금이 실리면서 구매자가 현금 24만6000원을 받는 마이너스폰이 등장했다. 지난해 말 단속으로 주춤했던 보조금이 올 들어 다시 들썩이더니 급기야 마이너스폰까지 양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번호이동 건수는 3만9175건(알뜰폰 제외)을 기록했다. 방통위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보다 무려 1만5000건이나 많다. KT가 2490건 순증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271건, 419건 순감했다. 특히 그동안 열세였던 KT가 순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마이너스폰 등장의 또 다른 이유는 단말기 유통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이통사들의 노이즈 마케팅이란 시각도 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2월국회에서 단통법이 통과되길 원하는 이통사가 고육지책으로 보조금을 대량 살포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조금 논란을 일으켜서라도 단통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조금으로 쓰는 게 말이 안된다"며 "오히려 제조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견인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제조사 장려금도 보조금의 한 종류인데,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상황에서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하는 제조사들이 장려금을 늘려 보조금 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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