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력서를 보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한다. "어디에 정착을 못하는 사람이구먼" "직장을 구해도 수틀리면 또 나가겠지" "문제가 있는 사람이네" 필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
그 결과 직장 생활 17년 동안 다닌 직장이 10곳이고 그중 8곳이 문을 닫은 어처구니없는 이력을 갖게 된 것이다. 17년차 그의 연봉은 대기업 신입사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미국, 중국, 인도 등 유망한 글로벌 시장에서 2년여 주재원을 할 정도의 실력를 가진 사람의 현주소다. 단언컨대, 10곳 직장 중 8곳이 문을 닫은 것은 이 사람의 탓이 아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기업을 잘 경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낀다. "기업경영이 뜻대로 되나? 사업을 하다 보면 망할 수도 있는 거다"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반감도 생긴다. 기업이 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경영자가 맞다. 경영자는 하루아침에 집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직원들은 다른 직장 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무책임하다.
돈이 있다고,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쉽게 창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 경영은 경영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몸담은 직원들과 그 가족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경영자가 장사꾼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와 직원은 공동운명체로서 서로의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까지도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요즘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자고 하고 사명, 비전, 핵심가치를 정립하여 가치관경영을 하는 것은 성과를 향상시켜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도모하자는 거다.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동운명체로 기업을 보는 것이다.
공동운명체의 경영자는 직원들을 볼 때,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어머니처럼 다정다감하고 일일이 챙겨주지는 않아도, 아버지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직원들도 존경심을 가지고 경영자를 바라볼 것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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