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간연구소의 진단…신간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 대예측'
연말이 되면서 이처럼 불안정한 경제상황의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대표 민간경제연구소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한국의 2014년 경제상황을 6가지 산업 분야에 걸쳐 전망했다. 또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이에 따른 대처방향도 낱낱이 제시한다. 신간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 대예측'은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일본과 한국 사무소가 합작으로 2014년의 경제를 전망한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두 가지 핵심 이슈는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와 역자산 효과, 수출경쟁력 저하를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과 직접경쟁 관계인 일본의 엔저 현상"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수출 부문인 자동차, 전기/전자, IT, 부동산, 금융, 유통 등 6개 산업 부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전망을 내놓았다. 우선 자동차 산업은 신흥시장 중심의 시장 재편, 현실적 이슈로 대두된 친환경차, 자동차 전장화(전기·전자 장치 시스템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 등의 세 가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기계 산업이던 자동차 산업이 2014년을 기점으로 컨버전스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전자 분야는 '누가 혁신을 이끌어 가는가'가 여전히 화두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구글 글래스, 삼성의 갤럭시 기어, 애플의 아이워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에어컨,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분야에서는 해외 업체들의 반격이 예전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다. 흑색가전의 강자였던 일본의 파나소닉이 백색가전 시장에 주력할 뜻을 밝힌 상태고, 중국 대표업체 하이얼은 글로벌 기업인수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한국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월풀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장설립 및 인수 등 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과 LG가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지려면 "최근 가전업계에 불고 있는 스마트화를 주도하며 차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세부 전망에도 눈길이 가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한국경제는 "향후 당분간은 가계부채 문제를 계기로 내수 침체에 대응해야 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해외 경제의 급속한 악화로 인해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수출환경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2008년 리먼 사태 당시만큼 버틸 체력이 없기 때문에 안전망으로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내다 본 2014년은 한마디로 "한국이 지속 성장형에서 저성장 성숙사회로 진입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해이다. 한국의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 점이 흥미로우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책이 출간되기 직전인 지난 달까지 총 네 차례의 수정을 거쳤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9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와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하는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앞으로 수년 간 재정 균형보다 경기를 우선시하는 확장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 대예측 / 노무라종합연구소 / 청림출판 / 1만7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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