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니 침체니 하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기업들은 내년에도 긴축경영이나 현상유지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제조업 투자도 볼 수 없고, 고용 확대도 신통치 않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패딩이 일찌감치 품절되고, 단돈 만원짜리 내복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행렬이 이어지지만 이 같은 현상은 양극화된 소비의 단면일 뿐 소비심리 회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전망 조사에서는 설문대상 CEO 10명 중 8명이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 또는 현상유지(78.5%)로 답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로 3%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1.9% 성장하는데 그쳤다.
올해 성장률 추정치는 2.8%로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저성장 기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JP모간, 무디스 등 17개 해외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도 2.6~2.9%로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3%대 중반으로 침체국면에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경실련의 분석자료를 보며 이 같은 수치도 그다지 믿기지는 않는다.
경실련이 최근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가 4.6%였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1.5%포인트 낮은 3.1%로 나타났다.
주거비 급등, 여전한 사교육비 지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서민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전국 아파트 전세값은 지난주까지 68주째 올랐고, 서울에서 3.3㎡당 1000만원이 넘는 아파트 가구수는 5년 사이 7배 이상 늘었다.
한창 돈을 쓸 세대인 40~50대의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고 그렇다고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가계부채와 경기침체 탓에 체감 살림살이는 후퇴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 3분기까지 5분기째 마이너스다. 소비자들이 일단 지갑을 닫았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등 성장 한계에 부딪힌 유통업계는 그나마 규제 철폐에 목말라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생긴 빈자리를 외국계 체인이나 기업, 영세상인 보호와는 거리가 먼 중견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이 우리 유통시장의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규제 축소와 과감한 동반성장 정책으로 내수 시장의 군불을 지펴야할 때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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