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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2001년의 런던과 2013년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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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2001년의 런던과 2013년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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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19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국영기업 민영화'가 대세였다. 중남미를 비롯한 '덜 발달된 나라'들을 중심으로 전신, 전화, 철도, 항공 등 주요 국영기업들의 민영화 선언이 잇따랐다.

이같은 민영화 붐의 배경에는 영국이 있다. 국영기업 민영화라는 개념을 '발명'한 영국은 이들 부실기업을 효율적인 민간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세계적인 흐름은 한국에도 접목됐고 2000년대 들어 과천 관가를 중심으로 영국 배우기 열풍까지 확산됐다. 하지만 민영화의 스승 역할을 자처했던 영국도 결국은 치욕적인 실패를 맛봤다.
철도운영 난맥상이 계속됐던 2001년부터 1년간 교통대란에 런던 시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었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지하철 파업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붐비는 런던에서 평상시 지하로 다니던 수십만의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왔다.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이 곳곳에서 길을 가로막는가 하면 택시 잡기는 전쟁 그 자체였다. 결국 영국의 철도 민영기업 레일트랙은 2001년 10월 부도를 선언했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2009년 이후 4년만이고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공기업 파업이다. 이번 파업의 명분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다. 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논의를 위한 이사회의 철회와 임금 6.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부인에도 불구,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민영화로 가기 위한 사전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파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레일은 96년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거듭하며 현재 부채가 14조원에 달한다. 적자 부실덩어리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민영화는 불가피했다. 노조는 극렬하게 반대했고 파업 예고와 단행은 계속됐다. 철도노조는 2002년, 2003년, 2006년, 2009년 철도 민영화 철회, 해고자 복직, 철도 구조개혁법 저지 등을 내세우며 파업했다. 결국 현 정부에서 이미 수차례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의심'은 계속됐다.
노조의 심정을 이해는 할 수 있다. 코레일 계열사로 KTX운영회사를 세우게 되면 코레일 소속 노조원들이 자회사로 빠져 나갈 수 있어서다. 노조원 이탈과 근무 여건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인 것이다. 향후 수서발 KTX의 경우 노조가 우려하는 정관변경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정부와 코레일 노사간의 힘겨루기로 인해 국민과 한국경제는 볼모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무조건 정책을 밀어붙이고 강경대응을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KTX의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한 것은 자명하다.

물론 노조도 변해야할 때다. 더 이상 집단의 이익을 챙기느라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경기 불황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볼모로 잡은 집단행동은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도의 수고와 고마움이 파업에 따른 국민불편이나 산업계 피해 등으로 빛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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