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부업체 私금고화' 못한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융당국이 동양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대기업들이 계열 대부업체를 사금고화 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중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 한해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자본금에 비해 과도하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현재 은행을 비롯해 2금융권인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주주와 동일차주에 대해 각각 신용공여 한도를 두고 있다. 단일거래금액이 10억원 이상을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신용공여 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해야 하며 같은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25% 이상을 빌려줄 수 없다.
금융당국이 대부업에 대주주 신용공여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동양그룹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동양그룹이 계열사 지원을 위해 신용공여 한도가 없는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동원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를 옥죄기로 한 것이다.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 제한을 받게 될 대부업체는 신안그룹의 그린씨앤에프대부, 현대해상의 하이캐피탈대부, 동양의 동양파이낸셜대부ㆍ티와이머니대부, 현대중공업의 현대기업금융대부, 부영의 부영대부파이낸스 등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업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데서 출발하는데, 대부업은 속성상타인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다른 업권과 달리 대부업에 대해 예금자ㆍ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 대한 상시 검사는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대부업 검사실을 신설, 직권 검사가 가능한 대부업체를 연간 65~70개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는 수시로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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