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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다 '기부'가 중요해…中企 나눔王의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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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강국 뛰는 리더들]<34> 김원길 안토니 대표

매년 10% 성장 작년매출 420억, 기부도 매년 10%씩 늘려…청년창업 먹거리 남겨두려 신사업 진출 안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요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곧 자산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28일 고양시 설문동 본사에서 만난 김원길 안토니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18세에 무작정 상경, 설립 20년만에 회사를 400억 규모로 키워낸 '중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연탄가스를 마시고도 출근했을 정도로 힘든 청년시절을 보낸 그는 젊은이들에게 "고생을 피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성장기의 고생담을 한데 모은 자서전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를 출간한 데 이어 요즘에는 노래까지 만들고 있는 것도 그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힘들어도 괜찮아, 힘든 건 나의 추억이니까'로 시작하는 가사를 쓰고 있는데 곧 노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노래를 부르면서 젊은이들이 '힘든 것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서전 제목처럼 '불타는' 붉은 구두를 신은 그는 여느 CEO와 달리 독특한 성공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위해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하면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의 존경과 직원의 만족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게 그의 인생 목표다.

그래서일까, 매출 목표에 대해 여러 차례 물었지만 김 대표는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그보다는 내년에 얼마나 많이 기부할 수 있을지가 그의 주요 관심사였다. 김 대표는 "올해는 6억5000만원을 기부했는데 내년에는 1억원을 더 얹어서 7억5000만원 기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발과 전혀 관계없는 '국립암센터 홍보대사'를 도맡을 만큼 사회에 대한 관심이 깊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도 과감해 1억원짜리 스포츠카와 수상스키, 승마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외 연수, 교육비 지원도 해 주고 있다.
스스로를 '족(足)쟁이'라고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는 매일 공장을 돌며 제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여직원에게 직접 부츠를 신겨 보고 "발목 부분을 좀 더 줄이라"고 제안하거나, 접착 작업장을 살펴보고 "선심(구두 앞부분의 캡)이 너무 크다"며 교체를 지시하기도 한다. 덕분에 실적은 매년 꾸준하게 10%씩 성장 중이다.

컴포트화 업계 1위인만큼 신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에게 묻자 단번에 'No'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업하는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먹거리'를 남겨놔야 한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시장을 키우면 대기업이 가로채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젊은이들, 창업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대기업들은 해외서 승부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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