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V 브랜드 ‘아, 옛날이여’
일본 업체들, 중국에도 밀렸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라 TV 시청이 '구닥다리' 문화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TV 수요는 크게 줄 듯하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글로벌 TV 수요 감소의 가장 큰 피해국으로 일본을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과거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일본 브랜드들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로 3위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한국(37%)은 물론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24%)에도 밀린 것이다.
최근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의 범죄드라마 '셜록' 등 세계 각국의 드라마를 스마트폰 5인치 화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대 드라마족은 TV로 드라마 보는 것을 구식으로 치부한다.
일본 금융업체 노무라는 내년 글로벌 TV 수요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TV 수요는 과거 수년 동안 연 30% 성장하다 2011년 7%로 둔화했다.
수요 감소로 일본의 TV 메이커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소니의 경우 지난 2년간 순손실이 9210억엔(약 10조원)에 이른다. 도시바는 연간 200억엔을 아끼기 위해 지난달 3000명 감원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런 조치로 지난 2년 동안 내지 못한 수익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는 앞으로 해외의 두 공장에서 TV 11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과거 해외 공장 네 곳에서 1400만대의 TV를 만들어낸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상당히 준 셈이다. 도시바는 미국 공장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다.
도시바의 공장 폐쇄와 감원은 일본 TV 업계가 직면한 난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수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다 TV 부문을 분리했다.
도시바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TV 사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대형 스크린의 고화질 모델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 TV도 계속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다나카 히사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저장기기와 의료사업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스마트 TV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도 도시바 등 일본 TV 메이커들에는 부담이다.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도 스마트 TV 생산에 나섰다.
최첨단 TV 시장을 점령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막대한 자금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가시와키 마사미는 "한국의 TV 메이커들이 고품질 TV를 만든다는 건 세계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은 중국의 국경일 황금연휴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정부의 인센티브가 없는 탓에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의 에릭 추는 "중국의 황금연휴에도 일본 TV 판매가 그렇고 그랬다"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한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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