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의 대화록' 공개를 사전에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그동안 정치권의 공방 과정에서 야당이 국정원을 왜곡하기 때문에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설명했지만, 야당의 문제제기 두 달 전부터 대화록 공개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30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대통령기록관과 법제처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선 개입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다음날부터 관계기관에 국정원이 보유한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인지 대통령기록물인지 질의했다. 국정원은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국정원이 작성·보관 중인 남북정상간의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인지, 어떤 법률에 의해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또한 국정원은 5월8일 법제처에도 법령해석 의뢰를 통해 같은 취지의 질의를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설명과 다른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3자회담에서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이유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남재준 국정원장은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이 지적한 야당의 공격은 6월17일 법사위에서의 박 의원의 발언을 뜻한다. 박 의원은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국정원으로부터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발언을 대선에 이용하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서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보다 두 달 앞선 시점부터 국정원은 대화록 공개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관계 기관에 질의한 공공기록물인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는 대화록 공개가 실정법 위반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AD

더욱이 두 기관은 모두 대화록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했었음에도 국정원이 대화록 강행에 나선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국정원의 유권해석 요청에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관장 명의로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도 존재한다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 역시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법제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정치적 현안이 되어 있는 사건이므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서기호 의원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성격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법제처는 판단을 보류했음에도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정원은 한결같이 합법적 절차에 의해 공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열람과 공개가 모두 불법행위였음이 밝혀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