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아시아블로그]천륜, 인성, 그리고 차(茶)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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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것은 모두가 천륜의 도로써 비록 이것이 극치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놀라운 일이 못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랑한 쪽에서 은덕을 베푼 것으로 생각하고, 받는 쪽에서 은혜로 생각한다면 물건을 팔고 사는 장사꾼의 사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니,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동양의 탈무드로 불리는 ‘채근담’(菜根譚· 중국 명나라 말기 홍자성(洪自誠)의 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도덕 이전의 도리이나 이를 낯을 모르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것처럼 생색내선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태어나면서 결정되는 인연이라서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 못마땅하고 싫더라도 이또한 끊을 수 없는 게 운명이다. 그런데도 어찌해서 운명을 거슬리는 ‘원수같은 자식’이며 ‘패륜’이 등장하는 것인가.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범죄 건수는 287건. 통계대로라며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셈이다. 부모를 폭행한 존속 상해 범죄도 총 2193건에 달한다.


강 의원은 최근 발생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예로 들며 “패륜범죄는 상당수가 금전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특히 취업난을 겪는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패륜범죄가 비단 경제적인 이유 뿐일까마는 범행 동기가 어디에 있든 패륜범죄는 사람의 성품, 즉 인성(人性)교육의 부실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다시금 돌아볼 때다. 교육자들은 효 교육만큼 좋은 인성교육이 없다고 말한다. 책이나 선생님이 아닌, 부모가 그의 노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모습에서 자녀들은 효를 배운다는 것이다. 어른의 본보기만큼 자연스런 인성교육은 없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게 인성교육을 중·고등학교에서 강조할 게 아니라 유치원 때부터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것. 흔히 무서운 10대니, ‘아무도 못 건드리는 중학생’이니 하지만, 사람의 성품이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는 것이려니 이들이 태어나 첫 사회적 집단에 속할때부터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라는 얘기다.


지난 28일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인천)에선 ‘차예절 경연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350여명이 모여 한복 바로입기, 입·퇴장 예절, 차내기(차를 우려내어 마시기까지의 전 과정)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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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앙증맞은 손으로 차를 우려내는 유치원생들의 모습이었다. 매우 익숙한 손놀림에 감탄해하면서, 아이들이 차예절을 배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를 생각해봤다.


차내기는 그 자체가 사람의 성품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한다.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내고 상대방에게 대접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하면서 어릴적부터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이럴진대, 천륜으로 이어진 부모에 대한 정성과 효심의 깊이는 어떠하랴. 패륜 자식을 한탄할 게 아니라 차예절부터 가르쳐볼 일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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